비어있는 공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공간이 있음으로 채울 수 있는 존재가 가능하기에 그 공간의 있음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존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 공간이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공간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비어있음이 온전히 채워져 있음과 다름 아니다. 나를 비우기 위해 나를 버린다. 그 버림으로 참나를 찾을 수 있다 확신하기에 기꺼이 나를 버린다. 어떤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나 자신이 중요하기에 지금까지 취했던 그 모든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미련 없이 버린다. 비어 있는 나의 모습에서 온전한 나를 찾았고 그것에 만족하여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