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바를 모른 채 무작정 길을 떠났다. 용기도 아니었던 것 같고 운명은 더욱 아니었다. 무언지 모를 어떤 힘에 의해 떠밀려 그렇게 길을 나섰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어디까지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마음속엔 은근한 확신이 있었는지 모르나 더 나은 것은 있으리라 믿었기에 그렇게 떠났다.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잘못 길을 들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머나먼 길이란 건 알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말동무라도 있길 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조그만 소망이었을 뿐이었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이제는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기에 기꺼이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