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란 생전에 죄를 많이 지어 사후 아귀도에 떨어진 인간들의 혼이 변한 존재라고 한다. 이승에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탐욕스럽게 산 자가 아귀로 환생한다고 한다. 사실 아귀도가 있는지 환생이 가능한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지옥처럼 변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아귀다툼이라는 말을 한다. 서로 물고 뜯고 비난하다 보면 현실에서 그 사람들이 아귀가 되어 싸우고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아함경에 보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는 세상과 나를 분리된 객체로 인식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고 자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아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기주의의 시작이다. 다른 사람을 자신과는 분리된 객체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오직 자신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 이리저리 얽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 자신 또한 다른 사람의 영향에 의해 내 존재를 이루어 왔기에 현재의 내가 되었고, 다른 사람 또한 그 자신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든 생각의 기준을 나로 잡는 순간, 아귀다툼의 순환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보았을 때 타인의 조그마한 잘못이 크게 보이고, 이로 인해 그를 비난하고 미워하고 배척하고 거부하게 된다. 타인이 또한 그렇다면 이는 현실이 지옥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사소한 시비는 증폭되어 점점 커지게 되고, 그러한 시비 다툼이 자신의 자존심과 타인에 대한 미움과 결합하여 아귀다툼이 되어버리고 만다. 누가 옳고 누가 옳지 않은지 따진다는 것은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자신이 기준이 된다면 자신 외에 모든 것은 옳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고 말기에, 그러한 세상은 바로 지옥이 되고 만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지옥에 가두게 되며 수많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사실 사소한 시비를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리 심하게 싸울만한 것이 되지 않는다. 나 스스로, 또한 타인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엄청난 것처럼 인식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소한 시비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여 그냥 받아들이고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끝까지 그것을 따져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고 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한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타인을 정죄한다면, 타인도 나를 정죄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오른쪽인 것이, 타인에서 바라보면 왼쪽이 되는 것이다. 누구는 그렇게 오른쪽을 왼쪽이라고 독설을 내뿜고, 다른 누구는 왼쪽이 오른쪽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사소한 시비가 삶을 커다란 아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는 그냥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스스로 아귀로 환생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을 스스로 그렇게 지옥문을 열어젖히고 마는 것이다.
아귀다툼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뿐이다. 자신이 옳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그것은 단지 자신의 생각일 뿐이다. 아직도 자신이 옳고 타인이 전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지옥을 경험하기 전에 어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