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바라본 이유

by 지나온 시간들

https://youtu.be/n7_SSlmZCj8


1802년 베토벤은 피아노곡을 작곡한 뒤, 그의 마음속에 있던 한 여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이 곡을 헌정합니다. 자신이 작곡한 것을 헌정했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당시 귀차르디는 베토벤의 제자였습니다. 베토벤은 그 음악을 작곡하면서 창문밖에 자신을 비추는 하얀 달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집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고 달을 보았을지도 모르구요. 그 달을 보며 베토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베토벤이 그 곡을 작곡했을 당시 제목은 없었지만, 베토벤이 사망하고 난 5년 후인 1832년 음악평론가였던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이 마친 달빛이 비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의 조각배 같다고 하여 “월광(Moonlight)”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음악을 작곡하고 나서 베토벤은 청력을 거의 잃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귀차르디의 집안에서 베토벤과의 연애를 심하게 반대합니다. 집안의 강한 반대가 있으면 결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절이었기에 베토벤과 귀차르디는 커다란 절망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고,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베토벤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환하게 비추어 주는 달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하얀 달은 변함없이 자신을 비추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이제는 잃게 되고 더 이상 만날 수도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덮쳤을지도 모릅니다.


베토벤은 달을 쳐다보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귀차르디를 생각하며 스스로 월광 소나타를 연주했을 것입니다. 베토벤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서 그의 마음의 세계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지 모릅니다. 방 안에서 피아노 연주를 끝낸 후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달을 다시 바라보며 그는 피아노를 닫았을 것입니다.


<달빛>


달빛이 유난히 밝습니다

한없이 환한 달을 보며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곳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그가

달빛으로 나를 비춰 주는 듯합니다


바라만 본다는 것이

닿을 수 없다는 것이

그리워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리 커다란 아픔이란 걸

미처 몰랐습니다


달빛 아래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사람이 봄바람이 되어

나에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봄 향기 가득한 바람 속에서

고개 들어 다시 한번

달을 바라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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