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없었던 시절, 웬만한 집 마당엔 나무 한 그루씩은 있었다. 옆집엔 친구가 살고 있었고 친구네 집 마당엔 모과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친구 집을 갈 때마다 은은히 전해져 오는 모과 향이 나의 시선을 붙잡곤 했다. 친구한테 모과로 무얼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차도 만들어 마시고, 집 안에 놔두면 향도 좋다고 답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차를 마셔본 적도 없는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네 집에 갔을 때 주렁주렁 열린 모과가 왠지 걱정되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모과가 너무 많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친구네 집에 갔다가 모과나무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러져 있던 나뭇가지에도 모과는 매달려 있었다. 그것을 본 친구는 너무나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모과 열매를 따서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친구 말로는 모과가 너무 많이 달려 가지가 지탱을 못 해 나뭇가지가 부러진다고 했다.
모과나무에는 왜 그리 많은 열매가 달리는 것일까? 모과 하나의 무게만 해도 결코 가볍지가 않은데, 그리 많은 모과가 한 나무에 열리니 나뭇가지가 버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과나무도 욕심이 있는 것일까?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열매를 그렇게 많이 맺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어차피 버티지 못해 자신의 일부인 가지마저 부러지는 판에 왜 그리 욕심을 내는 것일까?
요즘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전에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까지 욕심을 내곤 했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로 인해 힘들었던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마저 나의 욕심으로 인해 힘들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 또한 모과나무였던 것이다.
많은 것보다는 있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