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날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이 먼저 되는 것은 아마 나에게 처해진 모든 상황과 환경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내면의 약소함이 더 커다란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할 수 없는 것이 점점 많아짐을 느낍니다. 도전보다는 그저 만족함이 이제는 더 익숙합니다. 힘든 것을 극복하여 무언가를 이루려는 것보다는 오늘 하루 마음이 편하게 지내는 것이 좋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눈이 많이도 내렸습니다. 새벽에 서울에 가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이 없기에 그냥 내리는 그 눈을 온몸으로 다 맞았습니다. 오랜만에 실컷 맞아보는 눈이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눈 속에서 뛰놀던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친구들도 있고, 힘들게 애쓰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있습니다.
12월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애쓰지 않아도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시간은 나에게 아무런 여유도 부리지 못하게 합니다. 후회되는 것도 있고, 미련이 남는 것도 있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기에 그냥 순응하며 이 12월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엔 추운 것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사계절 중에 겨울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추운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따뜻한 것이 그립기만 합니다.
어둠이 밀려가면 밝은 날이 오기는 할 것입니다. 아픔이 지나가면 기쁜 날도 올 것입니다. 힘든 날이 지나가면 즐거운 날도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상처와 흔적은 남을 것입니다. 12월이 그 상처와 흔적을 모두 가져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끝내 해내지 못한 미련과 회한도 모두 가져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한 실수와 잘못도 12월과 더불어 끝나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도 눈이 온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들이 눈과 더불어 오기를 바랍니다. 아픔보다는 즐거움이, 슬픔보다는 기쁨이, 이루지 못함보다는 이루어냄이 눈과 더불어 오기를 희망합니다. 아직 나에게는 욕심이 남아있기는 한가 봅니다.
12월을 그렇게 보내겠습니다. 조그만 욕심을 부리며, 더 밝은 날을 희망하며, 더 따뜻한 순간을 소망하며, 그렇게 12월을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