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by 지나온 시간들

짊어진 짐이 많다면 그것을 더 이상 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힘든 것보다는 편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 걸까?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진 채 끝까지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완성할 수 없는 끝이 없는 길이기에 그렇다. 한강의 <야간 열차>는 삶을 완성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인생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이다.


“떠나리라는 것 때문에 동걸은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강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탈출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줄 야간열차가 있으므로 그는 어떤 완성된 인생도 선망할 필요가 없었다. 살아가며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요욕들에게도 그는 무신경할 수 있었다.”


동걸은 왜 야간열차를 타지 않은 것일까? 자신이 짊어진 짐을 벗어버리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는 그러지 못한 것일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도피할 수가 없었다. 평생을 누워서 살아야 하는 쌍둥이 동생의 인생까지 대신 살아내려 했다. 그가 야간열차를 타지 않은 것은 지극히 무거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에게는 떠남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지난밤 동걸이 어둠 속에서 지어 보였던 뜻 모를 미소를 기억해냈다. 내 머리는 한 대 얻어맞은 듯 멍멍해졌다. 그렇다면 그 웃음은 무엇인가. 그때 녀석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던 실낱같은 탈출의 희망을 체념하고 있었던 것일까. 체념해버린 채 웃고 있었던 것일까.”


삶을 완성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상과 같을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실을 인식할수록, 완성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역무원의 욕설을 뒤로한 채 나는 달렸다. 열차는 승강장에 아직 서 있었다. 내가 올라타려 하자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발을 헛디뎠다. 젖은 승강장에 엎어졌다. 몸을 일으켰다. 열차는 점차 속력을 내고 있었다. 빗발이 얼굴에 몰아쳤다. 남은 왼발을 난간에 올려 놓았다. 기차 바퀴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열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비겁한 것은 아니다.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쉬움이 있고 미련이 남겠지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인생을 완성하려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지나고 보면 삶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이 있을 뿐이다. 삶은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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