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게 하자

by 지나온 시간들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아무리 붙잡는다고 해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떠나려 하는 자 그냥 떠나게 하는 것이 낫다. 그나마 그것이 지나온 시간마저 의미 없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과거에 대해서도, 현재에 대해서도, 그리고 떠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것이 떠나는 사람을 위해, 남아있는 사람을 위해 가장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만나서 헤어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헤어짐이 가슴 아플지는 모르나 그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헤어짐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추억에 남는 순간,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헤어졌기에 더 아픈 시간이나 힘든 시간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아름답지 못한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더 이상 쌓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른다.


삶의 진실은 떠나는 자의 뒷모습에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동안 앞모습만 보았기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떠나는 그 모습에서 자신의 참모습과 떠나는 자의 참모습이 보일 수도 있다.


그 뒷모습을 그냥 마음에 묻어 두고 남아있는 시간을 다시 아름답게 살아가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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