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 개발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의 많은 분야에 커다란 공헌을 한 진정한 물리학자였습니다. 오펜하이머는 1904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학창시절 그는 전형적인 천재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가 학교에 다닐 당시 그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수재였다고 합니다. 18살인 1922년 오펜하이머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였고, 3년 만에 졸업을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당시 물리학으로서는 최고인 케임브리지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톰슨 교수에게 사사하였고, 이어 수학의 메카였던 괴팅겐 대학에서 역시 노벨상을 받은 보른 교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UC 버클리와 칼텍 양쪽 두 학교의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됩니다. 너무나 뛰어났던 오펜하이머를 버클리와 칼텍은 놓치고 싶지 않아 한 학기는 버클리에서 한 학기는 칼텍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의 나이 불과 25살 때였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우선 중성자별에 대한 연구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으로 별의 내부에서 안으로 향하는 중력은 뜨거운 중심핵의 압력과 평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별 중심부의 압력이 제거된다면 별의 구성 요소들은 중심을 향하여 끌어당겨지고, 이로 인해 별의 크기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중력의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면 뜨거운 별의 내부는 폭발하여 흩어지게 됩니다. 정상적인 별은 거의 평형 상태에 있습니다. 압력이 중력과 균형을 이루고, 중심핵에서의 핵융합은 표면에서 방출된 열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좀 더 무거운 별들은 에너지를 빨리 소모하며 초신성으로 일생을 마치는데 폭발의 결과로 파편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져서 모든 원소들을 합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934년 천문학자인 월터 바데와 프리츠 츠비키는 초신성이 보통의 별에서 주로 중성자로 이루어진 중성자별로의 변환을 나타낸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초신성 폭발이 별의 중심핵이 붕괴할 때 폭발적으로 방출된 중력 에너지에 의해 진행되고 아주 작은 찌꺼기가 남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원자의 중심에 있는 무거운 원자핵은 원자보다 훨씬 작다는 것과 원자의 전반적인 크기는 원자핵 주위에 퍼져 있는 전자구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중성자별에는 원자핵 그 자체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별의 크기는 반지름 10km 이내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고, 백색왜성보다도 수백만 배나 밀도가 크게 될 것입니다.
보통 원자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중성자는 불안정하며 자발적으로 붕괴하여 양성자와 전자가 됩니다. 극도로 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반응이 반대로 진행됩니다.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는 것입니다.
츠비키는 다른 은하에 있는 초신성들을 연구하여 여러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는 중성자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계속 진행하였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을 밝혀내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때 오펜하이머는 조지 볼코프와 함께 원자핵 물리학을 이용하여 중성자별의 상태에 대한 계산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성자별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완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성자별은 아주 작아 실제 모양은 관측하기에 힘들며, 표면 온도와 회전의 특성에 의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표면 온도는 약 십만도 정도이며 회전 주기는 0.001초에서 10초 정도가 됩니다. 중성자별은 매우 큰 자기장을 가지고 있으며, 전파, 엑스선, 감마선의 복사를 방출합니다.
1967년 안토니 휴이시와 조셀린 벨은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최초로 중성자별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1.33초의 아주 빠른 주기적인 밝기의 변화를 보이는 전파원을 발견하였고, 이를 빠른 회전에 의한 전파 강도 변화로 해석하여 중성자별임을 입증해 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백색왜성에 대해서도 연구하였습니다.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질량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는 별들이 많습니다. 행성상 성운이 질량 손실 현상의 한 가지 예입니다. 행성상 성운의 중앙에는 헬륨을 태우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고온의 별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주위를 별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고리의 모양을 하고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별의 초기 질량이 대략 태양의 6배를 넘지 않았다면, 이 별은 행성상 성운의 단계를 지나서 백색왜성으로 됩니다.
행성상 성운 단계에서 포피부에 있던 수소는 밖으로 방출되고, 탄소로 이루어진 중심핵 부분만이 남아서 백색왜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초기 질량이 태양의 6배 내지 8배 미만이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 별은 완전히 폭발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온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축퇴압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으므로, 중력 수축 과정을 통하여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중심핵에 부어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심부 온도가 너무 높아져서 탄소마저 타기 시작하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별 전체가 격렬하게 폭발해 버리고 맙니다. 초기 질량이 태양의 8배에서 50배 미만인 별은 여러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거치면서, 중심에는 태양의 1.5배 정도 되는 철로 구성된 중심핵이 자리 잡습니다. 핵연료가 이제는 소진되었으므로, 중심핵은 더 수축하여 중성자별로 되고 포피부는 초신성의 형태로 폭발하여 공간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초기 질량이 태양의 50배 이상 되는 별들은 블랙홀로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홀로 되는데 필요한 최소의 질량이 정확하게 열려져 있지는 않지만, 질량이 너무 크다면 최후의 수단인 중성자의 축퇴압으로도 중력을 지탱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계속되는 수축으로 밀도는 엄청나게 상승되고, 결국 빛마저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러나 실제 연구로 들어가서 여기에 담긴 물리적인 의미를 바르게 찾고자 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선 중력장 방정식을 여러 개의 복잡한 방정식으로 나누고, 그 각각을 다시 따로 떼어 계산해야 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이어서 계산하는 것조차 만만찮은 작업입니다. 따로 떼어내 계산한 방정식에는 자연의 비밀이 숨어 있는 미지의 변수가 여러 개씩 딸려 있는데, 그 모두를 이해하고 제대로 해석해내는 것 수학적 풀이 이상의 역량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결실은 의외로 세상에 일찍 나왔습니다. 1916년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칼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의 한 질점의 중력장에 관해”라는 논문을 “왕립프로이센 과학 학술원 논문집”에 발표했습니다.
슈바르츠실트가 푼 해에는 특이점이 존재했습니다. 특이점이란 말 그대로 특이한 점이란 뜻으로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무한대로 발산하고 미분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 방정식에서 무한대를 야기하는 특이점의 실체는 다름 아닌 중력이다. 즉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천체를 말합니다.
슈바르츠실트가 풀어냈듯이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이점의 존재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만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상황을 예상한 건 아닙니다. 뉴턴의 중력 이론도 특이점이 존재합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입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잡아끄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거리가 0인 지점에 이르면 만유인력은 무한대가 됩니다. 지구와 같은 구형의 천제를 예로 든다면, 반지름이 0이 될 때 지구의 중력은 자연스레 무한대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거리에 따른 중력의 변화가 이보다 더 격렬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천체의 반지름이 줄어들수록 중력의 세기는 큰 폭으로 강해지다가 반지름이 0이 되기도 전에 중력은 이미 무한대로 도달한다고 합니다. 이 지점을 가리켜 중력반지름이라고 부르는데, 슈바르츠실트가 푼 해 속에 이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중력반지름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최초로 풀어낸 슈바르츠실트의 업적을 기려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합니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곤혹스러운 문제를 낳는데,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너머에 있는 공간에 대한 의문이 그것입니다. 원점에서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문제야 더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까닭에 별문제가 될 게 없지만,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에는 크기야 어찌 되었든 분명히 공간이 존재합니다. 공간은 있는데 중력의 세기는 이미 무한대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또한 그 지역에 어떤 물리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그 가공할 만한 수축력을 견뎌낼 수 있는 물체는 없을 터이고, 그렇게 되면 시공간의 휘어짐도 극에 달할 터인데, 그런 영역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의 학자들이 슈바르츠실트의 풀이에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며, 단지 이론가의 상상 속 산물로 치부해버린 것입니다. 20세기 초반의 이런 예측과는 달리 오늘날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블랙홀이라는 천체로 이어졌고,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블랙홀의 표면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건은 이 선 밖에서 모두 끝이 나고, 그걸 넘어서면 형체의 실재조차 의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경계로 사건의 존재와 비존재가 나뉜다고 해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합니다. 슈바르츠실트가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면, 찬드라세카와 오펜하이머는 블랙홀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가를 구체적으로 규명했습니다.
별이 수소를 불살라 열에너지를 내뿜는 과정은 수소 원자 네 개가 모여 헬륨 하나를 만드는 핵융합 반응입니다. 이때 핵융합 반응 전과 후에 약간의 질량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반응 후에 생긴 헬륨 원자 하나의 질량이 반은 전에 모인 수소 원자 네 개를 합한 것보다 약간 작습니다. 이 미세한 질량 차이가 에너지로 전환되어 발산하는 것인데, 이 핵융합 반응 하나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양은 그리 크지 않지만, 태양 내부에서 이와 같은 반응은 무수히 일어나기 때문에 그 총량은 어마어마해서 지구에까지 적잖은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입니다.
질량이 큰 별은 중력 또한 강합니다. 더욱 강해진 중력에 맞서 역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해야 합니다. 연료가 빠르게 소진되었으니 중력 수축은 그만큼 빠르게 다가옵니다. 이런 과정에서 더 이상 수축하지 않는 별을 백색왜성이라고 합니다. 백색왜성이란 흰색 난쟁이 별이란 뜻으로 붉게 타오르던 태양만 한 별이 식어서 종국엔 지구만 하게 작아지는 별을 가리킵니다. 내부에 쌓인 물질은 그대로 둔 채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밀도는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인도의 첸체물리학자 찬드라세카는 모든 별이 다 백색왜성 단계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는 아닐 듯 싶었습니다. 그는 별의 질량이 태양의 1.4배 보다 가벼우면 백색왜성이 되지만, 그보다 무거우면 백색왜성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태양 질량의 1.4배를 가리켜 “찬드라세카 한계”라 부릅니다.
오펜하이머와 그의 제자 조지 볼코프는 태양 질량의 1.4배에서 3.2배 사이의 질량을 갖는 별에 대해 계산해 본 결과 백색왜성의 역학적 평형이 깨지면서 새로운 붕괴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자의 축퇴 압력이 더는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별 내부의 전자가 어마어마한 세기의 중력 수축을 이기지 못하고 원자핵 속으로 쑥 밀려가더니 양성자와 결합해 중성자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반응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중성자가 원자핵 속에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중성자와 합쳐져 원자 내부는 온통 중성자로만 꽉 채워진 초고밀도의 중성자별(neutron star)이 탄생하게 됩니다. 중성자별은 중성자끼리의 축퇴압력이 어우러져 역학적 평형을 이루는 별로서 크기는 손톰만 해도 무게가 약 10억 톤이나 나가는 천체라 할 수 있습니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3.2배 보다 무거운 경우엔 별이 한없이 중력 수축을 했다. 별의 쪼그라듦을 막을 수 있는 방패막이가 없었습니다. 별은 중력반지름에 가까워지면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서 중성자별 너머의 쪼그라든 상태를 “중력붕괴(Gravitational collapse)”라고 부릅니다.
무한의 점이란 크기는 없고 밀도는 무한대인 점을 가리킵니다. 이것이 블랙홀의 중심으로, 흔히 특이점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중력붕괴가 진행되는 까닭에 특이점까지 도달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눈 깜박할 사이에 중성자 단계의 별이 블랙홀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퀘이사와 같은 초대형 블랙홀이 아닌,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이 붕괴되는 과정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최초의 핵폭탄 개발에도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1942년 8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소재하고 있던 미 육군 지부에는 인류 최초로 원자로를 개발한 페르미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비밀리에 모였습니다. 이 모임을 책임지고 있던 자는 당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비밀 지령을 받은 미 육군 준장 레슬리 그로브스(Leslie Groves)였습니다. 루스벨트는 그로브스에게 영국과 캐나다의 지원 아래 핵에너지를 군사적으로 개발하라는 일급 비밀 명령을 내렸던 것이었고 이에 그로보스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먼저 맨해튼으로 소집했었던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인슈타인과 페르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보낸 편지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상대론에서 유도된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가 만약 당시 발견되었던 핵분열에 응용이 된다면 무서운 군사적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이러한 무기를 먼저 손에 넣는다면 그가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페르미 또한 핵물리학의 가장 뛰어난 전문가였고 무솔리니 독재 치하였던 이탈리아를 탈출했기에 이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페르미는 아인슈타인이 가지고 있었던 위상과 신뢰도는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아인슈타인에게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이에 공감한 아인슈타인은 페르미를 비롯한 다른 저명한 물리학자들까지 포함하여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는 1939년 10월 11일 백악관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달됩니다.
이 편지를 읽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심각성을 곧바로 인식할 수 있었고, 히틀러에게 전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하여 곧장 핵에너지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원회를 조직하라고 명령합니다. 곧이어 미국의 육군과 해군은 1940년 이러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고 이에 따라 그로브스가 맨해튼에 물리학자들을 비밀리에 소집시켰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았고 전공도 핵물리학이 아니었기에 실질적인 역할은 페르미가 적당하였지만, 그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이 연구의 총책임을 맡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맨해튼 프로젝트”는 오펜하이머의 책임하에 미국 뉴멕시코의 사막에 새로 만들어진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극비리에 핵무기의 개발에 들어갑니다. 우선 오펜하이머는 이 프로젝트를 빠른 시간에 성공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을 비밀리에 모이게 합니다. 그들이 몸담고 있었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이유 없이 최고의 학자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때 소집된 물리학자는 핵분열 연쇄 반응으로 인류 최초로 원자로를 만들었던 엔리코 페르미를 비롯해, 1939년 태양의 핵융합 과정을 해결하였던 한스 베테, 핵붕괴 반응의 이론적 계산의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텔러, 우라늄 238에서 우라늄 235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윌러드 리비, 페르미와 함께 핵분열 연쇄 반응의 석학이었던 레오 실라드, 중수소를 발견하여 핵분열의 과정을 연구한 해럴드 유리, 그 외에도 훗날 미국의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로 성장하는 젊은 리차드 파인만과 줄리안 슈빙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노벨상을 받았거나 훗날 받게 되는 천재 중의 천재들이었습니다.
페르미를 중심으로 그들은 일단 제어 가능하고 핵반응에 필요한 중성자를 계속 자급할 수 있는 연쇄 핵반응을 만들어내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비밀리에 이를 성공시킵니다. 그런 후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는 약 5,500백만 평 규모의 비밀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들은 폭탄에 사용할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 239의 정확한 양을 결정하는 계산에 성공하였고, 2년 만에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이 만들어 낸 폭탄은 길이 1.8m, 지름 60cm, 무게는 4톤이었으며 그 안에는 그들이 정확하게 계산한 플루토늄 239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최초로 만든 핵폭탄입니다.
이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비밀 명령에 따라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 공군 기지에서 실험하게 됩니다. 이 실험의 통제실은 폭탄으로부터 16km나 떨어진 위치에 있었고, 벙커와 엄폐물로 가려진 채 이를 개발한 연구진들은 그 폭발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한 이 최초의 핵폭탄의 주위에는 커다란 버섯구름이 피어올랐고 폭발 위치의 반경 수 km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렸으며 16km나 떨어진 통제실에 있던 사람들로 그 충격파로 인해 뒤로 나동그라졌습니다. 폭탄이 폭발한 장소에 있었던 철탑은 완전히 녹아 증발해 버렸으며, 사막이었던 그 주위의 모래는 모두 녹아 유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실험이 성공한 후 3주 후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국의 B29 전폭기는 ‘리틀 보이’라는 핵폭탄을 히로시마 상공에서 떨어뜨립니다. 이 리틀 보이는 지상에서 약 550m 상공에서 폭발하였고 히로시마 도시 전체의 3분의 2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으며, 히로시마 인구 35만 명 중 14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3일이 지난 8월 9일에는 또 다른 B29 전폭기가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하나를 더 떨어뜨렸고 27만 명 주민 중 7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일본은 6일이 지난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며 세계 2차 대전은 이렇게 끝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