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성숙해질수록 때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세상을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관대로, 자기 고집대로, 주장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직은 성숙하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참아야 할 때와 참아서는 안 되는 때, 그만두어야 할 때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때, 받아들여야 할 때와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할 때, 도움을 청해야 할 때와 도움을 주어야 할 때, 사랑할 때와 이별을 해야 할 때, 정을 주어야 할 때와 정을 떼야 할 때, 결정을 해야 할 때와 아직은 숙고할 때,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때를 접해야 하고 그러한 때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의 흐름처럼 원리에 맞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때도 순리대로 흘러가게 맡겨야 한다. 이별을 해야 하는 데 고집을 피운다고 해서 이별을 막을 수는 없다. 때가 되었기에 이별을 하는 것이다. 꽃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지지 않으면 이 또한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봄이 되었으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었으면 나뭇잎이 떨어져야 한다.
때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지는 모르나 때를 받아들이지 못함이 더 커다란 아픔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영원에 집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왔으면 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 자신이 그것에 반대할지라도 이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진리이다.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