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래빗홀>에서 니콜 키드먼은 사고로 인해 그녀의 4살짜리 아들을 잃는다.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빠진 그녀는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에 겨웠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10여 년 전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다. 니콜 키드먼이 어느 날 그녀의 어머니에게 묻는다. 어떻게 10년 넘는 세월을 견디며 살아올 수 있었느냐고. 그녀의 어머니는 니콜 키드먼에게 이렇게 답한다.
“글쎄, 무게의 문제인 것 같아. 언제부턴가 견딜 만해져. 결국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조약돌처럼 작아지지. 때로는 잊어버리기도 해. 하지만 문득 생각나 손을 넣어보면 만져지는 거야. 끔찍할 수도 있지.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냐. 그건 뭐랄까…. 아들 대신 너에게 주어진 무엇. 그냥 평생 가슴에 품고 가야 할 것. 그래, 절대 사라지지 않아. 그렇지만…. 또 괜찮아.”
소중한 것을 잃는 것만큼 아픈 것은 없다. 내가 진정 사랑했던 것, 나의 마음속 깊이 머물렀었던 것이라면 그 아픔의 크기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에 삶의 끝에 다다른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면 희망마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간절히 소원하더라도 그 소원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삶은 우리에게 그리 너그러운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있고, 그 커다란 아픔과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 바람이 나의 얼굴을 스치면 그 상처가 생각이 나고,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볼 때면 불현듯 아름다웠던 그 순간들이 떠오르곤 한다.
평생 마음속에 남아 영원히 잊지 못하는 존재, 이제는 주머니 속에 남겨진 조약돌 같지만, 영원히 그 조약돌은 나의 주머니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생각이 날 때마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그 조약돌을 만질 때마다 아름다웠던 그 순간이 생각날 수밖에는 없다.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오늘도 해야 할 일을 하면 살아가고 있지만, 주머니 속의 조약돌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수시로 주머니 속에 넣어 손으로 그 조약돌을 만져보곤 한다.
가끔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그 조약돌을 꺼내 보기도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그저 한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아마 삶은 이러한 어쩔 수 없음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