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네트는 별이 되어

by 지나온 시간들

알퐁스 도데의 “별” 만큼 아름다운 소설이 또 있을까?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있었던 글 중에서 가장 마음 깊이 자리 잡았던 글을 꼽으라면 도데의 “별”과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아닐까 싶다. 그때 배웠던 두 글이 그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우리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소식이었습니다. 인근에서 아가씨보다 더 예쁜 아가씨는 없었습니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체하면서 아가씨가 잔칫집에 자주 초대받으며 야외에도 많이 나가는지, 여전히 새로운 남자 친구들이 아가씨를 찾아오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불쌍한 산의 목동인 나에게 그런 일들이 무슨 소용이 되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나는 나이 스무 살이었고, 스테파네트는 내가 태어나서 본 여성 중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순수한 목동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비록 신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쩌면 인연이었는지 모른다. 인연은 운명이 아닐까? 목동의 가슴엔 언제나 스테파네트가 있었다. 가슴 깊이 자리하게 된 이러한 인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마음속에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가씨가 비탈길을 따라 사라져 갔을 때, 노새 발굽에 채어 구르는 조약돌 하나하나가 나의 가슴 위에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돌들이 굴러가는 소리를 언제까지고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해 질 무렵까지 잠에 취한 듯 꿈에서 깰까 봐 몸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목동의 마음은 너무나 순수했다. 가슴속에는 스테파테트 아가씨는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 조그만 조약돌에서조차 아가씨를 생각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은 프로방스라는 곳인데 알퐁스 도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제일 남동쪽 지역으로 동쪽으로는 이탈리아를 경계로 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지중해와 접해 있다. 예전에 이 지역을 자동차로 가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평화롭고 풍부한 곳이라는 것을 한 눈으로 알 수 있었다.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따스한 햇살, 풍요로운 농토는 보는 사람이 마음마저 넉넉히 해주기에 충분했다.


이 지역은 산속에서는 양을 키우고 분지에서는 포도 등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농축업 지역이다. 순수한 자연 속에서 지낸 사람들은 마음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그러고는 아가씨가 소르그 냇물에 흠뻑 젖은 옷과 발을 말리도록 급히 불을 피웠습니다. 우유와 양젖 치즈도 아가씨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러나 가엽게도 아가씨는 불을 쬐려 하지도 않고, 음식을 먹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가씨의 눈에 굵은 눈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자 나도 울고 싶었습니다.”


인연은 운명이다. 그러기에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만났고 조그만 냇물일지라도 건널 수 없어서 목동에도 돌아왔다. 그러한 일이 없었더라면 목동의 인생에서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러한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눈물을 보자 목동도 울고 싶었다. 그렇게 목동의 마음은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마음과 하나가 되었다.


“바로 그 순간 아름다운 별똥별 하나가 우리 머리 위에서 소리 나는 쪽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치 방금 들은 저 구슬픈 소리가 빛을 이끌고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뭐죠?”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랍니다.”

나는 대답하며 십자가를 그었습니다.

그리고 별들의 결혼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하다가, 나는 무엇인가 신선하고 보드라운 것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곱게 부딪히며 나에게 기대어온 것은 잠이 들어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였습니다.”


영혼마저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옆에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세상 모든 것을 주어도 그것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스테파네트는 목동에게 운명이었고, 그렇게 별처럼 아름다운 존재였다.


“아가씨는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나는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계속해서 많은 양 떼처럼 말없이 조용히 움직여 갔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들었다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목동에게는 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스테파네트 아가씨였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별이 되어 목동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바랄 것도,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는 그러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이러한 순간은 몇 번이나 가능할까?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그러한 순간이 주어지지도 않을 텐데 목동에게는 그러한 순간이 운명처럼 주어졌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은 목동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았을 시간이었을 것이다. 목동과 스테파네트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소설에서 그러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더 아름다웠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