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많이 생각하곤 했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던 중, 금붕어나 조그만 동물들을 키우게 해 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어떤 동물을 제일 먼저 사다 주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마침 집에서 큰길을 건너면 금붕어 하고 조그만 동물들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지하철역 바로 옆이라 들르기도 편했다. 며칠 동안 퇴근하는 길에 그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가게 사장님하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하는 길에 동물을 하나 사다가 아이들에게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많이 행복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물을 지켜보며 먹이를 주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다른 동물도 사다 주곤 했다. 그렇게 하나씩 늘어나는 바람에 우리 집 거실은 결국 동물들로 꽉 차버리고 말았다.
한 번은 새끼 거북 두 마리를 사다 주었는데 아이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바람에 몇 년 동안 키웠던 적이 있었다. 내 손가락으로 두 마디도 안 되는 정말 작은 거북이였는데 나중에는 30~40cm도 넘는 집에서는 키우기도 힘들 정도의 대왕 거북이가 되어버렸다. 일반 크기의 어항에다 넣어서 키웠는데 거북이가 너무 크는 바람에 대형 어항을 사다 키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났더니 아이들이 어항 안에 이상한 것이 있다고 해서 살펴보았다. 그건 바로 거북이 알이었다. 하얗고 조금은 길쭉한 거북이알 수십 개가 어항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그 알들을 지켜줄 수 없었다. 어항 안에는 돌멩이도 많았는데, 어미 거북이 돌아다니면서 그 알들을 이리저리 치는 바람에 반 이상이 이미 깨져 있었다. 급하게 아직 깨지지 않은 알을 어항 구석 한쪽으로 몰아 놓았다. 가만히 알을 살펴보니 새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말을 아이들에게 해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알에서 새끼 거북이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실망을 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수십 개의 거북이 알에서 결국 한 마리의 새끼도 태어나지는 않았다. 만약 그 알에서 새끼 거북이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북이도 좋고 아이들도 정말 많이 기뻐했을 것이다.
달팽이의 경우에는 새끼를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아주 큰 대왕 달팽이 몇 마리를 키웠는데, 자웅동체의 달팽이의 신기한 모습에 아이들은 넋을 잃곤 했다. 대여섯 마리의 달팽이를 어항에 흙을 넣어 키웠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어항 구석에 이상한 것이 있다고 아이들이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궁금해서 어항 구석을 살펴보았는데 하얀 좁쌀 같은 것이 수십 개 아니 백 개 이상 쌓여 있었다. 나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달팽이 알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순간 달팽이 알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달팽이 알이었다. 달팽이가 알을 백 개 정도나 낳아 놓은 것이었다. 알의 크기는 좁쌀 정도였다. 며칠이 지나자 어항 곳곳에 정말 작은 새끼 달팽이가 태어났다. 그 모습에 사실 나 자신도 넋을 잃어버렸다. 집에서 키운 달팽이가 알을 낳아 새끼까지 태어나는지, 사실 아이들에게 달팽이를 사다 주었을 때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아이들은 자기네 반 친구들에게 분양해 주겠다며 몇 마리씩 가지고 학교에 갔다.
사실 나는 너무 정신없이 사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직접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25학점 이상을 가르친 적도 많았다. 하루에 8시간 강의를 한 적도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점심시간도 없이 내리 8시간 수업을 하고 집으로 오면 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 바로 누워버리곤 했다. 일주일에 매일 수업이 있었다. 한 학기에 500~600명을 가르친 적도 많았다.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이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택을 할 수 없는 삶이란 어쩌면 슬픈 것이다. 내가 좀 더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컸고 더 이상 동물을 기르지도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주지 못한 추억을 아마 조그만 동물들은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추억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