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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을 향하여

by 지나온 시간들

서쪽 길을 따라 무작정 떠났네


산이 있기에 산을 만나고

물이 있기에 물을 만나고

사람이 있기에 사람을 만났네


어디가 어디인지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무작정 서쪽을 향해 그냥 나갔네


만나고 부딪히는 모든 인연을

스치는 것으로 흘려 버렸네


왜 가야 하는지 생각도 없이

뚜렷한 목적도 가지지 않고

서쪽을 향해 한없이 나갔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하늘을 물들인 붉은 노을이

그 길 끝의 전부였을 뿐


바닷가에 앉아 하늘을 보았네


더 이상은 갈 수 없기에

나의 한계는 여기이기에


내 마음을 하늘에 띄워 보냈네


나는 마음없는 사람이 되어

세상의 끝에서 자유를 느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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