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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

by 지나온 시간들

하얀색이 물이 되었다. 어디로 흘러갈 지 알 수 없었다. 길이 없었기에 머무를 줄 알았다. 어느새 길이 생겨 그 길 따라 떠나가 버렸다. 영원히 덮여 있을 줄 알았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세월을 몰랐고 변하는 걸 몰랐다. 떠날 것을 모르고, 하양을 바라만 봤다. 언제 올지 모른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흘러가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돌아보는 것 같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을, 온 이유를 몰랐다. 잠시 머무를 것이라면 오지나 말 것을. 하양을 기다리지 않는다. 떠나갈 것을 알기에, 다시 못 올 것을 알기에, 그렇게 손을 흔들어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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