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롱펠로우
날은 어둡고 쓸쓸하다
비 내리고 바람은 쉬지도 않고
넝쿨은 아직 무너져 가는 벽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붙어 있건만
모진 바람 불 때마다 죽은 잎새 떨어지며
날은 어둡고 쓸쓸하다
내 인생 춥고 어둡고 쓸쓸하다
비 내리고 쉬지도 않고
내 생각 아직 무너지는 옛날을
놓지 아니하려고 부둥키건만
지붕 속에서 청춘의 희망은 우수수 떨어지고
나날은 어둡고 쓸쓸하다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그대의 운명은 뭇사람의 운명이니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 있는 법이니
살아가다 보면 비 오는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매일 맑고 따스한 날만 계속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삶이 내가 원하는 일들로만 가득하다면 인생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은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내가 바라는 일들이 무참히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진정으로 원했던 것들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언제 나에게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삶은 우리를 그렇게 단순히 외면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가 그치고 따스한 봄을 가져다줄 사람이 누구일까요? 언제까지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예전에는 나에게 따스한 봄을 되돌려줄 사람을 기다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다리지 않기로 합니다. 나에게는 비 오는 날도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날이 춥고 아프고 외롭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외로워도 이제는 그러한 것에 마음 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날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따스한 날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햇빛 나는 날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그것들이 나를 아프게 하더라도 그로 인해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간 비가 그칠 것입니다. 그 비가 그치는 날, 더욱 맑고 따스한 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비는 결코 영원히 계속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도 있기 마련이지만, 맑고 따뜻한 날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