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인공이었던 영화 <천장지구>를 보면 죠죠(오천련)의 아화(유덕화)에 대한 사랑은 지고지순합니다. 사실 아화는 조직폭력배 집단에 몸담고 있었고, 가난했으며,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아화는 죠죠에게 불친절하고 예의 없이 대했고 그녀에 대해 관심조차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죠죠의 아화에 대한 마음은 끝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천장지구인 이유는 죠죠의 마음과 관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천장지구”는 도덕경 7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영원하다.
천지가 진실로 영원하고 구원한 까닭은
스스로 모든 삶의 주체라는 의식 없이 살고 있음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오래 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그 몸을 뒤로 하지만
도리어 몸이 앞서고,
그 몸을 밖으로 던지지만 도리어 그 몸이 영존한다.
그 사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진정한 성인은 그 자아를 이루는 것이다.
죠죠는 아화를 순수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아화의 어떤 조건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화도 나중에 그녀의 그 순수한 마음을 알았기에 받아들였습니다. 죠죠는 그렇게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던 것이고 아화 또한 그 순수한 사랑에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죠죠는 아화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녀의 부모나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화를 위해 그녀는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이러한 사랑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죠죠는 아화가 가는 길을 방해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아화의 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죠죠가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죠죠는 그녀가 사랑하는 아화였기에 그냥 믿고 맡겼을 뿐입니다.
죠죠의 아화에 대한 사랑은 자연처럼 순수했기에 영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익이나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죠죠의 아화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이 영원했기에 영화의 제목을 천장지구라 이름 붙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아화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죠죠의 변함없는 사랑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화는 죠죠로 인해 가장 소중한 것을 경험한 채 이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도, 내가 성취한 성공도 가져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의 마음은 아마 잊지 않고 가져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나는 진정으로 그를 염려해 주고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일까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며, 그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진정으로 보여준 사랑의 마음을 그 사람은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일까요?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감사할 뿐입니다. 아직은 무언가를 할 수 있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기에 나의 사랑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