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나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것들을 겪고 여기에 온 것일까? 여기까지 오면서 잃은 것은 없었을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게 될까? 내가 이 자리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일, 언제까지 이 자리에 머물게 될까? 이 자리가 끝나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내가 가는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내가 원하는 곳일까, 그렇지 않은 곳일까? 편혜영의 <우리가 가는 곳>은 현재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곳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실종된 사람을 찾는 일이다.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언제까지 그는 이 일을 하게 될까? 실종된 사람을 찾으면서 그는 많은 사람의 삶의 여정을 자연스레 엿보게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길이 있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을 뿐이지, 새로운 삶에 희망이나 기대를 거는 건 아니다. 기실 그들은 스스로 도망쳤다고 여긴다. 도망자로서 이후의 삶은 뻔하다. 신원 조회가 필요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사회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다. 이전의 삶과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소리다.”
삶을 회피한다고 해서 삶이 피해지는 것일까? 어디로 가건, 거기에도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지금이 힘들다고 나중은 힘이 들지 않는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오늘을 살아내지 못하면서 내일을 살아낼 수 있을까?
주인공은 고속도로를 타다가 화물 트럭에 실려 가는 목조 주택을 따라간다. 그들이 따라간 곳은 한적한 농촌이었다. 목조 주택은 농막을 위해 그곳으로 운반되었다. 주인공은 어떤 것을 기대하고 갔을까? 그저 호기심으로, 아니면 재미로 따라갔던 것일까?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별곳이 아니었다.
삶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어떤 특별함을 바라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오늘 지금이 아닐까?
“어쩐지 들떠 보이는 오영지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게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곳일 것이다. 동시에 조금도 다르지 않은 곳이겠지. 하지만 어디든 도착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지금 있는 곳을 떠나면 어딘가에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지금과 엄청나게 다른 곳은 아닐 것이다. 아니, 그곳이 엄청나게 다른 곳이라고 해서 우리의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저 그만그만하고, 인간 또한 그저 그만그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