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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24. 2023

바람같이 어디에도 걸리지 않아

  살아가다 보면 나를 자꾸 잡아 묶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언제쯤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많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러한 날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수많은 것들이 나를 잡아당기고, 못 가게 하고, 붙들어 매곤 합니다. 나 좀 놓아달라고, 더 이상 구속하지 말라고, 그렇게 사정을 하더라도 그러한 나의 바람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을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잡아 묶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잡히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것들이 나를 걸고자 하더라도 내가 걸리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그 사람이 나와 친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믿었던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내가 대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나 자신은 그 사람에게 잘하려고 하는데도 왠지 나와 잘 맞지 않아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사람이면 이런 사람으로, 저런 사람이면 저런 사람으로, 그런 사람이면 그런 사람으로, 그렇게 인식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나를 걸고자 하더라, 이제는 사람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며 살 생각입니다. 


  사람 이외에도 나를 걸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하는 일들, 내가 바라는 것들, 경제적인 문제들, 앞으로 일어날 일들, 생각해 보면 내가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걸림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것들에 걸려들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내가 바라는 것을 줄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마음 쓰지 않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물의 그 촘촘한 얼개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습니다. 


  나를 잡아 묶어 내가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들이 삶에는 진정으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사람이건, 일이건, 그 어떤 것일지라도 그것에 걸리지 않고자 합니다. 그것에 걸려 붙잡힌다면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걸리는 만큼 힘들고 마음 아플 뿐입니다.


  내가 이제 바람이 된다면 그러한 걸림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삶에서 남겨진 시간을 이제는 바람같이 살고자 합니다. 


  나는 무엇이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오직 나의 마음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바람도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바람이 되었기에 이제는 어떤 것에도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

떠도는 바람 위에 나를 맡겼다.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을 믿고 싶었다. 산 위로 흘러갈지, 바다로 흘러갈지, 따스한 곳에 갈지, 추운 곳에 갈지,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내 존재의 쓸쓸함에 위로가 되고, 그 바람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조그만 나의 삶에 안식이 되어 어디로 떠돌든 상관이 없다. 이제는 내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내가 되어 어떠한 가로막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넘고 넘어갈 수 있기에 더 이상 힘에 겨워하지 않는다. 바람 위에서 별을 보고, 바람 위에서 태양을 보며, 이 세상 어느 곳에 흘러가서도 그곳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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