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내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 어떤 조건도 필요 없고 자아의 존재도 필요 없으며 나의 생각과 판단도 의미 없는 나의 순수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그저 존재하면 그 자체로 충분한 그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소하다. 하지만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듯 그 사소함이 진정한 사랑이다.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기에, 있는 그대로 더 이상 바라지 않기에 그 모든 것이 사소할 뿐이다.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그 어떤 모습이어도 좋고, 그 어떤 상황이어도 좋다. 그 기다림은 나의 일상이 되었고, 많은 것이 변하고 세월마저 변하지만, 나의 기다림은 변하지 않았다.
사랑은 그래서 넓은 마음이다. 바보같이 따질 줄도 모르고 나의 것도 챙길 줄 모르며 나의 이익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려도 알지 못하는 바보들의 넓은 마음이다. 나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고 나를 배신했어도 그저 사소하다 생각하고 기다릴 뿐이다. 그 상처를 나 스스로 보듬어 안고 스스로 치료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나에게 그 사랑은 엄청난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단지 보잘것없는 것이기에, 나에겐 너무나 사소한 것이기에 그저 다 포용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수 있었고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 다시 일어나 또 기다릴 뿐이었다. 나의 사랑이 끝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기다릴 수 있어 나를 지탱할 수 있었다.
눈은 오다 언젠가는 그칠 것이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푸르른 여름 지나 나뭇잎 떨어지듯 그렇게 사랑은 변하고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랑이 그저 기다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랑은 일상이 되어 남들이 화려하지 않다 할지 모르나 그러한 사소함이 나의 마음 안에 자리 잡아 그렇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사랑은 사소할지 모르나 나는 그저 그것을 믿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