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도 이제 끝자락이다. 세월은 우리의 삶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김없이 흘러가기만 할 뿐이다. 나에게 이 여름은 어떤 의미였을까? 나의 삶은 이 여름에 얼마만큼 충실했던 것일까?
삶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의 정열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하면 이루어질 줄 알았건만 인생을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 여름날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마음을 접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몰라 답답할 뿐이다. 삶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기에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저 긍정하며 받아들임이 최선일뿐이다. 내가 뿌린 만큼 얻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노력은 나의 존재와 다름없으니 후회할 필요는 없으리라.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가을이 돼도 나에겐 아직 그 열매가 돌아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 집을 지어야 하고, 언제 나의 고독은 끝이 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지난 여름처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매일 같이 읽고 쓰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들도 없다.
가을이 오면 그 계절도 언젠가는 지나갈 텐데, 그때까지도 나는 방황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마지막 과실이라도 익을 수 있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햇볕이 조금만이라도 더 비추어진다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 터인데 지나가는 세월만 야속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 받아들일 때이다. 가을이 되어 더 이상 과실이 익을 수 있는 햇볕은 기대할 수가 없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후회와 미련이 마음속으로 밀려오지만 이제 하나둘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삶은 그렇게 받아들임으로 서서히 저물어 갈 것이다.
여름은 그렇게 가고 이제 가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