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娑蘇의 斷章)>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 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소(娑蘇)는 길을 나섰다. 구도자가 되어 영원한 절대 세계를 열망하여 그 길을 나섰다. 그녀는 인간, 그 인간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다. 그녀가 바라는 마음속의 세계는 무궁하건만, 인간의 유한성 그 한계 안에 갇혀 그것을 넘고자 그저 길을 나섰다.
커다랗게 노래를 불러보아도 멀리 가는 듯 하나 구름 너머를 벗어날 수가 없고 아무리 빠른 말을 타고 달려도 바닷가에 이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산에 가서 잡은 멧돼지, 금방 날던 새를 잡아먹어 보아도 새로움이 없었다. 사소는 이제 인간의 유한성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
아침마다 피어나는 꽃을 보니 자연은 영원하건만 어찌하여 인간은 이리도 유한하단 말인가? 그 자연과 하나가 되어 인간의 한계를 넘고 싶건만 왜 이리도 힘이 든단 말인가?
결국 사소는 그저 문에 기대어 서서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영원에 대한 갈망은 멈출 수 없어 소리 내어 울부짖는다. 그 한계를 막고 있는 문을 열어달라고. 그녀의 열망을 꽃은 알아듣기나 하는 것일까?
사소의 그 열망은 그녀가 낳은 박혁거세에 이르러 이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