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by 지나온 시간들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은 것이 없고,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수십억 명의 지구인 중에 몇 명밖에 되지 않고,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지금 이 순간 존재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 수많은 가능성의 하나로서 나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이 지구라는 행성에 나는 어떻게 왔던 것일까?


우연은 이제 필연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만 하기에도 시간은 벅차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족할 뿐이다.


수많은 일을 만나고 수많은 인연이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에게 남아 있는 소중한 일들과 인연은 몇 개나 되는 것일까? 전부가 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어느덧 밤이 깊어가고 있다. 이 밤이 지나가면 저 별은 사라지게 되고, 나도 이 지구에서 떠나야 한다. 그래도 소중했던 시간들도 있고, 추억에 남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제 떠나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테니 따뜻한 마음만이라도 간직한 채 잠시 머무르다 새벽이 되면 저 별들과 함께 사라져야 한다.


KakaoTalk_20201026_071421295.jpg


이전 11화꽃밭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