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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11. 2023

인플레이션 우주론

 1970년대 당시의 대폭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편평성 문제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에 의하면 시공간은 곡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의 곡률은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평평하다. 실제 우주는 아주 작은 오차 안에서 완벽하게 평평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균일성 문제였다. 우주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균일하다는 것이다. 빅뱅을 일으킨 대폭발에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 불규칙하게 분포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오늘날의 우주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균일하다.

 

  당시 MIT의 앨런 구스는 이 두 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제안했다. 그에 의하면 우주는 처음 탄생하는 순간에 기존의 대폭발이론에서 예견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곡률이 평평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원래 우주는 불규칙했지만 그중 균일했던 적은 부분이 엄청난 크기로 팽창하여 지금처럼 균일한 우주가 되었다. 우리 우주는 빅뱅 전에 존재했던 원판 우주의 일부이며, 그 부분이 급속히 팽창했기 때문에 우주 전역이 균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주는 왜 그토록 빠르게 팽창했던 것일까? 구스는 이에 대한 답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찾았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대칭에서 시작했다가 힉스입자로 대칭을 붕괴시켜 지금과 같은 우주를 만들어냈으니, 이와 비슷하게 인플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힉스 보존을 도입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표준모형의 힉스 보존처럼 원래 우주는 가짜진공 상태에 있다가 에너지를 가둔 것이 무너지면서 급속한 팽창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힉스 보존 장에서 발생한 양자 거품의 내부에 진짜 진공이 형성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었고, 그 거품 중 하나에 해당하는 우리의 우주가 서서히 팽창한다는 것이다. 


  구스의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지금까지 얻은 관측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도 있다. 양자이론이 옳다면 대폭발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우주에서 새로운 우주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 대한 미스터리는 이렇듯 끝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아마 우주에 대한 연구는 신과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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