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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10. 2023

중력과 휘어진 공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질량과 에너지가 4차원 대칭의 일부임을 알아냈지만, 그의 방정식은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와 우주 전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화하여 중력과 가속운동을 포함한 이론을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처음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상대성이론과 중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인슈타인의 후속 연구를 만류했다. 

물리학자들은 뉴턴의 중력이론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양립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태양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에서 그 부재를 느낄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인슈타인은 약 8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턴의 중력 방정식은 빛의 속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뉴턴은 어느 순간에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에서는 그 즉시 태양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그 어떤 물체나 신호도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위배된다. 

아인슈타인은 열여섯 살 때부터 스물여섯 살 때까지 거의 십 년 동안 빛의 특성을 파고들었고, 그 후에는 새로운 중력이론을 구축하면서 또 다시 10년을 보냈다. 어느 날 그는 연구실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다가 넘어질 뻔했는데, 바로 그 순간에 수수께끼의 실마리가 떠올랐다. ‘뒤로 넘어지면서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 몸은 무중력상태가 된다.’ 

높은 건물에서 물체를 낙하시켰을 때 떨어지는 동안 무중력상태가 된다는 것은 갈릴레이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에서 중력의 비밀을 간파한 사람은 아인슈타인뿐이었다.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이 끊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 순간부터 우리의 몸은 자유낙하를 할 텐데, 엘리베이터의 바닥도 똑같이 자유낙하를 하기 때문에 무중력상태에 놓인 우주인처럼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를 것이다.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가 우리의 몸에 가해지는 중력을 정확하게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흔히 ‘등가원리(equivalnce principle)’이라고 한다. 하나의 좌표계에서 나타난 가속도와 다른 좌표계에서 나타난 중력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똑같기 때문에 구별할 수가 없다. 

TV에서 나오는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서 떠다니는 것은 중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태양계 안에서 중력이 0인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계라는 것 자체가 태양의 중력을 받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주인의 몸이 떠다니는 것은 우주선이 그들과 함께 지구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과 우주인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지구를 향해 자유낙하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주선의 내부는 무중력상태가 아니다. 우주선과 우주인은 똑같은 가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무중력상태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회전목마에 적용해 보았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공간이 진행 방향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물체도 진행 방향으로 수축된다. 목마가 회전하는 것은 바닥 원판이 회전하기 때문인데, 중심에서 멀수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바닥 원판의 중심부보다 가장자리가 더 많이 수축된다. 그러므로 원판의 회전속도가 광속에 가깝다면 원판은 심하게 구부러질 것이다. 즉, 평평했던 원판은 그릇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곡면이 된다. 

회전목마의 구부러진 원판 위를 걷는다고 가정해 보자.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으니 똑바로 걷기는 어려울 것이다. 눈을 가린 상태라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원판의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이 원심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회전목마의 바깥에 있는 사람은 굳이 원심력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바닥이 휘어졌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쪽으로 밀려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결과를 하나로 묶었다. 우리가 회전 원판에서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것은 원판 자체가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원심력은 원리적으로 중력과 동일하다. 중력은 가속운동을 하는 좌표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좌표계에서 진행되는 가속운동은 다른 좌표계에서 작용하는 중력과 완전히 동일하며 중력이 작용하는 이유는 공간이 휘어있기 때문이다. 

회전목마를 태양계로 대치해 보면, 지구는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태양이 지구에게 중력이라는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구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는 지구 주변의 공간이 휘어져 있고, 지구가 그 휘어진 길을 따라 원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여 중력은 실체가 아닌 현상이라는 놀라운 결론을 얻었다. 물체가 움직이는 것은 중력이나 원심력 때문이 아니라, 물체 주변의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체가 움직이는 것은 중력이 잡아당기기 때문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이 밀어내기 때문이다. 

침대용 매트리스의 한복판에 묵직한 포환을 올려놓으면 가운데가 움푹하게 들어간다. 그 위에 조그만 구슬을 던지면 곡선 궤적을 그리며 굴러간다. 만약 구슬의 속도가 적당하면 포환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게 된다. 먼 거리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관찰자는 구슬을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구슬이 직선 궤적에서 벗어난 이유는 매트리스의 표면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고, 움푹 파인 형태가 원에 가깝기 때문에 구슬이 원 궤적을 그리는 것일 뿐이다. 

구슬을 지구로, 포환을 태양으로 바꾸어 놓으면,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도는 것이 태양이 공간을 구부려놓았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구 주변의 공간은 평평하지 않다. 

볼록 튀어나온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는 똑바로 나아갈 수가 없다. 개미는 어떤 힘이 계속해서 잡아당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땅이 볼록 튀어나와 있고 개미는 그 부분을 기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질량은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서 중력이라는 환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모든 물체와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의 근원을 설명하고 있기에 특수상대성이론보다 강력하며 대칭성도 높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에서 직선 궤적을 그리는 물체만 다루고 있는데, 실제 우주에서 등속운동을 고수하는 물체는 거의 없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물체는 속도가 수시로 변하는 가속운동을 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이처럼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물체에 적용하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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