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Jul 11. 2023

플랑크의 가설

뉴턴의 이론에 의하면 원자는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동하고, 맥스웰의 이론에 의하면 진동하는 하전입자는 빛의 형태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이 진동하는 뜨거운 원자에서 방출되는 복사파를 계산해 보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다. 


  낮은 진동수에서는 실험 데이터와 잘 일치하는데 높은 진동수에서는 빛의 에너지가 무한대라는 이상한 결과가 얻어진 것이다. 계산에서 무한대가 나왔다는 것은 방정식이 틀렸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막스 플랑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가설을 제안하였다. 에너지가 뉴턴의 예상과 달리 연속적인 양이 아니라 양자라는 불연속적인 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 대담한 가정을 흑체복사에 적용하여 뜨거운 물체에서 방출되는 복사파의 양을 계산해 보니, 무한대 문제가 해결되면서 실험 결과와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방출되는 복사파의 진동수가 커지고 방출되는 빛은 푸른색에 가까워진다. 불 속에서 달궈지는 물체가 처음에는 붉은색을 띠다가 푸른색으로 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이론을 적용하면 태양의 온도도 알아낼 수 있다. 


  플랑크는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의 크기를 계산한 후, 이 값을 h라는 플랑크 상수로 표현했다. 플랑크 상수의 값을 점점 줄여서 0에 가깝게 하면 양자이론의 모든 방정식은 뉴턴의 방정식과 같아진다. 일상적인 규모에서 양자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플랑크 상수가 너무 작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으로는 뉴턴의 법칙이 옳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양자효과는 원자 이하의 작은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빛이 광양자라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하에 광전효과를 설명하는 논문도 함께 발표했다. 


  아인슈타인도 플랑크처럼 빛을 작은 알갱이의 집합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로써 빛은 두 가지 속성을 갖게 된다. 맥스웰에 의하면 빛은 파동이고,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빛은 입자이다. 개개의 광자는 주변에 장을 형성하고 이 장은 파동의 형태로서 맥스웰의 방정식을 따른다. 이로써 입자와 장의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된다.


  모든 것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이중성을 갖는다면, 우리가 입자라고 믿어왔던 전자도 파동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고 보니 전자도 경우에 따라 파동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종이 두 장을 수직으로 세워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 평행하게 설치한다. 첫 번째 종이에 두 개의 슬릿을 뚫고 그곳을 향해 전자빔을 발사한다. 


  개개의 전자는 둘 중 하나의 슬릿을 통과할 것이므로 두 번째 종이에 전자가 도달한 흔적으로 가느다란 줄무늬가 두 개 생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실험을 해보면 두 번째 종이에 줄무늬가 여러 개 나타난다. 마치 전자가 파동처럼 간섭을 하는 것이다. 


  줄무늬가 여러 개 나타난다는 것은 하나의 전자가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뜻이다. 대체 어찌 된 것일까? 점입자로 알려진 전자가 무슨 수로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여 자기 자신과 간섭을 일으킨 것일까?


  또 다른 실험에서는 특정 위치에 있던 전자가 갑자기 사라진 후 엉뚱한 곳에서 관측되기도 한다. 뉴턴역학이 적용되는 세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양자이론은 터무니없게 들리지만, 많은 검증을 거쳐 현대물리학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1925년 슈뢰딩거는 전자와 같은 입자면서 파동의 거동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유도했고, 이 방정식을 수소에 적용해 보니 모든 것이 실험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실험으로 관측한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와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중력과 휘어진 공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