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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18. 2023

웜홀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의 중심에서 중력이 무한대가 되기 때문이다. 


  1963년 뉴질랜드의 로이 커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다가 새로운 해인 회전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 과거 슈바르츠실트가 발견한 해에 의하면 블랙홀은 특이점이라는 작은 점으로 붕괴된다. 이 점에서 중력은 무한대가 되고 모든 것은 하나의 점으로 붕괴된다. 하지만 로이 커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회전하는 블랙홀에 적용했다가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블랙홀은 절대로 점이 되지 않고, 빠르게 회전하는 고리형 천체로 붕괴되며, 고리 안으로 떨어지면 으깨지지 않고 그냥 고리를 통과한다. 고리 안의 중력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또한 계산에 의하면 고리를 통과한 후 다른 평행우주로 갈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우주를 떠나 다른 자매 우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리를 통과한 후 다시 고리 안으로 재진입하면 다른 우주로 갈 수 있다. 웜홀을 통과할 때마다 완전히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고리를 통과하면 다른 우주로 가지 않고 우리 우주의 다른 곳으로 나올 수도 있다. 즉 웜홀은 지하철처럼 시공간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물리법칙을 위반하지 않은 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도 있다. 


  웜홀의 개념은 1935년 아인슈타인이 네이선 로젠과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두 사람은 시공간에서 두 개의 깔때기를 통해 연결된 두 개의 블랙홀을 예로 들었는데 한쪽 깔때기에 진입하면 몸이 으스러지지 않은 채 다른 쪽 깔때기로 무사히 나올 수 있다. 


  웜홀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일부 물리학자들은 웜홀이 태초부터 존재했고, 빅뱅이 일어난 후 공간과 함께 팽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웜홀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웜홀을 만들기는 엄청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웜홀을 만들려면 블랙홀에 버금가는 양의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시공간의 관문을 열어야 한다. 또한 웜홀은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열린다 해도 순식간에 닫혀버린다. 웜홀의 입구를 열린 채로 유지하려면 음의 물질, 또는 음에너지라는 신비한 재료를 추가해야 한다. 음의 물질과 음에너지는 양의 물질과 반대로 서로 밀어내는 특성이 있어서 웜홀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직까지 음의 물질은 발견된 적이 없다. 이들은 반중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위로 올라간다. 수십억 년 전에 지구에 음의 물질이 존재했다 해도, 지구의 중력에 떠밀려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에서 음의 물질이 발견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음의 물질과 달리 음의 에너지는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우주에 있는 음에너지를 전부 모은다 해도 양이 너무 작아서 실용성이 없다. 


  또한 중력은 웜홀을 파괴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한 복사를 방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블랙홀에 빠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물질과 중력을 양자화시킨 만물의 이론이 완성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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