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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10. 2023

삶은 별 차이가 없다

   많은 일들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는 힘들었던 삶을 피해 달아나려고 했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노파는 아무 때나 이야기를 시작했고, 아무 때나 이야기를 멈추었다. 사내가 아니라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라도 혼잣말하듯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었다. 노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내는 어느새 시간을 거슬러 올라 원시의 숲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곤 했다. 그 속에서 사내는 나무와 대화하고 새들과 함께 날고 뱀과 똬리를 트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것은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지는 안갯속 풍경과 같았다. 사내는 몽유와 같은 풍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떼를 지어 나는 새들이나 구름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삶은 현실일지 모르나 지나고 나면 한낱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저 막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오래된 것처럼 너무나 흔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그저 그런 이야기임을 그 누가 부인하겠는가?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왔고, 언젠가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 어떤 것들을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크게 보면 우리의 삶은 그다지 별 차이가 없다. 


  우리 모두에게는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으며, 슬픔도 있고 환희도 있다. 힘들었던 시절도 있지만, 그 시절이 지나면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언제 다가올지 알 수도 없다. 우리의 삶은 다 그만그만할 뿐이다.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은 사람도 알고 보면 다른 어려움이 있고, 힘들 삶 가운데에서도 조그만 빛은 존재한다. 그 빛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번지기 시작했다. 폭넓은 강물 위로 장대 나무배들이 보였다. 장대로 배를 밀고 가 그물을 건져 올리는 모습이 아득한 꿈처럼 평안해 보였다. 사내는 안개 걷힌 후 강물 위의 풍경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몸이었다. 사내는 그냥 여기서 숨어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허물 벗은 배처럼. 여자들은 물질을 해 우렁이를 잡고 남자들은 나무배를 띄워 물고기를 잡는 이곳에서. 그물 내리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 힘들이지 않고 장대를 미는 법도. 계집애와 돌아다니며 뱀 허물을 줍고. 사내는 허물을 집어 주머니 속에 넣으며 계집애의 바구니에 넣을 또 한 개의 보물이 생겼다고 뿌듯해했다.”


  삶은 별 차이가 없다. 삶에 차이가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우리의 삶을 어디로 데려다주는 것은 단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일 뿐이다. 누군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가 있지만, 누군가는 같은 상황임에도 불행을 이야기하기 한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에도 불행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일 뿐이다. 


  삶에 별 차이가 없음을 받아들인다면, 오늘을 긍정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나마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가슴 뿌듯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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