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년에 태어나 1832년에 사망하기까지 아홉 명의 여성과 깊은 애정 관계를 가졌다고 알려진다. 괴테는 만났던 모든 여성에 대해 헌신적이며 열정적이었고, 사랑을 할 때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열렬히 사랑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를 일약 최고의 세계적 작가로 만든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의 세 번째 연인과의 직접적인 경험을 글로 쓴 것이다.
23살이던 1722년 그는 법학 공부를 마치고 베슬러라는 도시의 법원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만났던 여성이 바로 샤로테였다. 그녀의 나이는 당시 16세였으며 샤로테가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사랑했던 여주인공 로테이다. 즉, 실제 인물의 이름인 “샤로테”에서 “샤”만 뺀 것이다. 하지만 샤로테는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 다른 약혼자가 있었다.
괴테는 샤로테에게 그의 애정을 표현하지만, 약혼자가 있었던 그녀는 괴테에게 우정 이상은 힘들 것이라 그에게 말한다. 이에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괴테는 절친했던 친구인 예루살렘이 유부녀와의 사랑에 실패한 후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쓴 소설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은 진실로 지순하다.
“무의식 중에 내 손가락이 로테의 손가락에 닿거나, 발이 탁자 밑에서 서로 부딪치기라도 할 때 내 혈관이란 혈관이 얼마나 마구 뛰고 치솟는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불에라도 덴 것처럼 손과 발을 움츠린다. 하지만 곧 다시 현기증에 걸린 듯 어지러워진다. 오, 그런데 그녀의 순진한 마음, 거리낌 없는 영혼은 사소한 정감의 표시가 내 마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를 모른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손가락만 닿아도 마음 전체로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릴 만큼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사회적 제도와 주위 환경은 젊은 베르테르가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산이었다. 운명의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생생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내 가슴에 넘치는 뜨거운 감정은, 그렇게도 풍부한 기쁨을 내 마음속에 넘쳐흐르게 하고, 주변 세계를 천국처럼 만들어 주었건만, 이제는 그것이 내게 무자비한 박해자가 되고,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마귀로 변하여, 어디를 가든 나를 따라다니며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행복을 바랐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으로 인해 불행으로 변하게 된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은 그 원천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즉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베르테르는 그의 운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선택하게 된다.
“한편 로테는 아주 이상스러운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베르테르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부터 그녀에게 베르테르와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쓰라린 일이며 동시에 베르테르도 그녀와 떨어지는 것을 얼마나 가슴 아파할 것인가를 절감한 것입니다.
탄환은 재어놓았습니다. 지금 열 두 시를 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됐습니다. 로테! 로테! 안녕, 안녕!
어떤 이웃 사람이 화약의 불빛을 보았고, 총소리를 들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하여 비극에 이르게 된다는 이 소설은 어쩌면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운명적인 사랑은 그로 인한 절망으로 삶 자체도 포기할 만큼 커다란 것일 수 있다.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인 사랑은 이를 억제하는 모든 것이 감옥일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탈출하는 것이 하나의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면 베르테르에게 있어 죽음이란 오히려 기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르테르는 그의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려고 최후의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면 새로운 단계의 보다 높은 인생의 길을 만나지는 않았을까? 베르테르가 그 슬픔을 넘어섰다면 어땠을까? 변하지 않는 사랑이 존재할까? 이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랑도 변한다. 사람도 변한다. 베르테르는 슬픔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슬픔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삶을 다했다. 소설에서 로테도 베르테르를 좋아했다. 남겨진 로테는 베르테르의 죽음을 어떻게 감당해야 했을까?
지금 당장 내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마저 포기한다면 우리네 인생은 정말 너무나 허무할지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더 좋은 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주어지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무엇이 있는지 기다리는 삶은 어떨지 싶다. 추운 겨울을 참고 기다리면 예쁜 꽃이 피는 봄이 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