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by 지나온 시간들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나의 삶은 실로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을 했건만, 그 당시의 최선은 지금 생각해 보면 최선이 아니었다. 우리 인간은 그만큼 유한하고 한계가 있을 뿐이다.


잘못을 고치지 못한 채 그렇게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지금 와 돌이켜 보면 얼굴을 들 수가 없을 만큼 부끄럽다. 따라서 현재는 너무 고통스럽고 앞으로의 삶에도 자신이 없을 뿐이다.


그동안의 시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온 시간이었을까? 나의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그 험한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그러한 시간들 속에 나는 진정으로 존재했었던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행복이나 기쁨을 느껴 보기는 했던 것일까? 나의 추구하는 목표가 이루어지기는 한 것일까? 어느 정도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잃은 것은 아닐까?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완벽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도 지금의 나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어려움과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야 미래의 내가 지금과 같은 고백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끊임없이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길에서 내가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언젠가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가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때 나의 삶의 부끄러움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삶은 그래서 슬픈 것인지 모른다.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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