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아직은 무더운 여름, 나의 때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그때가 오고 있다. 아직은 하루 종일 매미가 쉴 사이 없이 울고 있고 비록 나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지만 이제 여름도 다 지나갈 것이다.
매미의 그 우렁찬 소리에 묻혀 나의 노래는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지만 나는 오늘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나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곳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곳도, 내가 살아가기 쉬운 곳도 아닌 도시의 콘크리트 벽이지만, 나는 이곳에서도 나의 목소리로 나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숨 막힐 듯 사방으로 갇힌 이 틈새에서 나의 노래는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에 불과할지는 모르나, 그 누구라도 나의 노래를 듣고 나의 존재를 느낄 수는 있으리라.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소리가 있듯, 나도 나만의 소리가 있다. 누구는 그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만의 소리를 꿋꿋이 줄기차게 노래하리라.
시간은 언제나 흘러가고, 때는 언젠가 오는 법, 나를 노래를 알아주고 소중히 여기는 그때, 나는 이 세상의 엄연히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알려지리라.
나는 비록 보잘것없이 작고 볼품없는 존재일지 모르나, 그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존재이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노래를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