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의 노래

by 지나온 시간들

<산상(山上)의 노래>


조지훈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사늘한 가슴의 한 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위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너무나 암울한 현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속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꿋꿋이 견디어 왔다. 밤은 너무나 길지만 언젠간 해 뜨는 새벽이 오리란 걸 알았다. 그러기에 간구하며 간절히 울부짖은 것이 아니더냐.


진정으로 나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을 그 간절한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나의 몸부림치는 그 간절함에 나의 몸과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찢어지는 듯한 가슴에 더 버틸 힘조차 없었지만, 기어이 희망의 종소리가 들렸다.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들을 수 있는 종소리였다. 나의 그 간절한 간구가 드디어 이루어져 꿈속에서마저 온 세상이 꽃으로 만발하였다. 이제는 태양이 다시 떠올라 따스한 햇살이 온 누리에 비추리라.


다 죽어가던 나의 몸에서 생명의 피는 다시 돌기 시작하고 나는 이제 새로운 생기를 찾아 희망의 날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마음의 평안과 기쁨으로 가득한 세월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아직은 바람이 거세고 해야 할 일도 많으리라. 하지만 그 어두운 시절도 버티고 견디었거늘 거센 바람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정으로 나의 내면에서 갈구하는 그러한 완전한 날들이 그 언젠간 꼭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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