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by 지나온 시간들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란 하늘에 백로(白鷺)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누군가를 좋아함은 나를 주장하지 않음이다. 내가 강할수록 사랑은 힘들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뜻대로 하고자 함은 진정한 좋아함이 아닐 수 있다.


나를 내려놓아야 함이 우선이다. 나를 우선할수록, 나를 관철시키고자 할수록 좋아함은 사그라진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뜻대로 고치려 한다면 어긋날 수밖에 없다. 장점이건 단점이건 오직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비워야 한다. 나의 내면이 텅 비어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자는 대로, 원하는 대로 그냥 맡겨야 한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더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 손해일 것 같지만, 더 큰 사랑이 원래 그렇다.


그렇기에 더 편하다. 나의 내면이 따뜻하다. 나를 다 내려놓고, 나를 다 비웠기에, 다 받아들일 수 있기에 편안하고 따뜻하다. 그게 좋아함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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