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

by 지나온 시간들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 바를 모르겠다. 삶은 그만큼 어렵고 힘들 뿐이다. 나름대로 옳은 길이라 믿었고 가야 할 길이라 판단했건만 그 길도 아닌 듯하다. 나에게 누군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고 설령 알려준다고 해서 가다가 또 길을 잃을 뿐이다.


인생은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기대했던 것들, 내가 바랐던 것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어느새 세월이 덧없이 흘러 여기까지 왔으나 앞으로 남은 시간도 나에겐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진정으로 나의 삶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나는 정말 모르겠다. 삶은 모름 그 자체인 것일까?


인생은 외로울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함도 순간일 뿐이며 어느새 함께했던 그 시간은 다 흘러가 버렸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일 뿐, 때가 되면 나로부터 다 떠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다. 삶은 그래서 어둡고 마음마저 빛을 갈구할 뿐이다. 조그만 와사등 하나라도 나에게 빛을 밝혀준다면 그 얼마나 좋으련만, 어쩌면 그 등불이 나에게 외로움만 더할 뿐인지도 모른다.


적막한 나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삶은 이렇게 그냥 왔다가 가야만 하는 것인지, 나의 삶의 길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늘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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