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감추고

by 지나온 시간들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아직 자신의 세력이 없었을 때 조조 밑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조조의 부하들은 유비가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니듯 하니 미리 없애 후환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조에게 건의한다. 유비를 유심히 관찰하던 조조는 어느 날 유비를 불러 함께 술자리를 한다.


둘이 술을 먹으며 얘기를 하던 중 조조는 유비에게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 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하자, 유비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숟가락을 떨어뜨렸고, 이때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자 사시나무 떨듯 무서워 덜덜 떠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조조는 “유비는 그릇이 작아 절대 천하의 영웅이 될 수 없다”라고 확신하고 유비에 대한 경계를 푼다. 하지만 유비는 조조의 속마음을 눈치채고 일부러 몸을 낮춘 것이었다. 이때 만약 유비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천하통일의 꿈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당시 이미 엄청난 세력을 이루고 있었던 조조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한 유비를 가만히 내버려 둘 조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실력을 기를 때까지 유비는 그렇게 조용히 숨어 지냈다. 그리고 후에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촉나라를 세워 왕이 되었고 조조와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재능과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것을 “韜光養晦(도광양회)”라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감추고 더 많은 실력을 쌓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나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 놓는 것이 어쩌면 인지상정일 수 있다. 유비는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 조조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을 낮추고 감추는 것을 알았기에 훗날 당대 최고의 영웅이라는 조조와 맞설 수 있었다. 조조를 상대했던 모든 사람은 패해 목숨을 잃었지만, 유비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낮추고 숨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주위를 알고 나를 알고 나 자신의 실력이 쌓일 때까지 조용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다. 아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이다. 숨어서 자신의 실력을 쌓고 난 다음에야 그 무엇이 있을 수 있다.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에 도취되어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자신의 실력이 드러날 수 있기에 오히려 그것이 더 안 좋을 수 있다. 나를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앞만 보고 조용히 자신의 실력만 쌓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도광양회라는 네 글자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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