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by 지나온 시간들

초나라 시절 삼려대부라는 고위직에 있었던 굴원은 다른 사람의 모함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세상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어느 지역에 가서 어부를 만났을 때 굴원은 말한다.


“擧世皆濁我獨淸(거세혼탁아독청)

衆人皆醉我獨醒(중인개취아독성)”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온 세상이 모두 취하였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이에 어부는 대답을 한다.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어부의 말은 어떤 세상이건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깨끗한 세상에서는 맑은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고, 더러운 세상에서는 그저 발 한 번 씻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상이 깨끗할 수도 있고 더러울 수도 있으니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세상이 자신과 달라 이해되지 않으면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어부의 인생관이다.


물론 이 글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어부는 세상을 달관한 듯이 말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하여 굴원은 어부와는 달리 자신의 청렴결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이었음을 강조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문맥상 흐름을 보면 굴원이 제삼자로 표현되어 있어 앞의 경우로 새기는 것이 더 논리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이 세상을 다 이해하며 살아갈 수도 없고, 이 세상을 판단할 수도 없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며 우리의 생각으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데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나의 입장에서 옳은 것도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옳지 않을 수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모두 다 옳을 수는 없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도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와 관계없는 세상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나의 생각과 다르다 해서 그를 나무랄 수도 없다.


어떤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조급하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하여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비난하기보다 나 자신이 잘못된 것이 없는지 나의 이해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비난하지 말고 이해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현실을 도피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고 해서 그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도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약에 그렇다면 태어나면서부터 혼자 살아가는 그러한 사회가 구성되었을 것이다. 인간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구조이며 그 구성원들의 다름을 조화시키는 것은 구성원 전체의 몫이지 누구 일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름을 비판하는 것이 최선의 길은 아니라 생각된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이해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그가 이해할 때가 올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미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 하고 그 이상은 그냥 내맡기면 된다. 나로서는 할 일을 충분히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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