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by 지나온 시간들

흔히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여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가장 똑똑한 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커다란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은 누구일까? 정말 우리 인간일까?

인간이 이 지구 상에서 살아온 것은 겨우 몇십만 년에 불과하다. 그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과거는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일까?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 우스운 것인지도 모른다.

박테리아는 우리 몸은 물론 우리 주위에 어마어마하게 존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우리 피부에는 약 1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계산해 보면 1 제곱센티미터의 넓이 즉, 우리 피부의 가로 1cm 세로 1cm의 면적에 약 1,000마리 이상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몸에 있는 박테리아는 매일 죽어서 떨어져 나가는 우리의 피부 세포와 우리 몸의 땀구멍과 피부 세포 사이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기름과 미네랄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박테리아는 우리 피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기관에 존재한다. 내 콧구멍 안에도 수많은 박테리아가 존재하고 있고, 내 치아에 구멍을 뚫고 살아가는 것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소장, 대장 할 것 없이 나의 내장 기관 안에서 엄청난 박테리아가 살아가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약 10경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숫자이다. 이렇다면 우리 몸이 아마 박테리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은 인간이 항생제를 개발하고 소독약을 만들어 내었기에 박테리아를 정복했다고 하는 생각이다. 이건 실로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박테리아는 수도 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새로운 종을 스스로 계속 만들어 낸다. 인간이 어느 정도 그러한 새로운 종의 박테리아에 대응해 나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정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45억 년 전 지구가 생기고 나서 인류가 이 땅에 생존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몇십만 년 전부터였다. 박테리아는 어떨까? 박테리아는 이미 수십억 년 전부터 이 지구 상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럼 누가 지구의 주인일까? 어떤 집에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과 단지 며칠 살아온 사람 중의 누가 그 집의 주인인 것일까?

지구는 박테리아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박테리아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작아 아무 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큰 오해이다. 박테리아는 지구 어느 곳에서나 죽은 사체나 음식물들을 전부 분해해 버린다. 만약 박테리아가 없어서 그러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또한 박테리아는 지구 상의 그 엄청남 양의 물을 깨끗하게 해 주고, 그 넓은 지구 상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

지구 상의 모든 곳에서 엄청난 후손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박테리아이다. 인간은 평균 80년 정도에 한두 명의 후손을 만들어 내는 데 불과하지만, 박테리아는 약 10분마다 후손들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지구를 온통 덮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테리아인 것이다.

박테리아의 식욕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 상의 웬만한 것은 다 먹어 치운다. 모든 유기물뿐만 아니라, 어떤 박테리아는 금속을 먹기도 하며, 심지어 미크로코쿠스 라디오필루스라는 박테리아는 원자로 폐기물 탱크에 있는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을 먹기도 한다. 지구 상의 모든 것이 그들의 먹거리인 셈이다.

지구에는 박테리아 말고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훨씬 돌연변이를 잘한다. 수십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겨날 것이다. 바이러스도 박테리아 이상으로 이 지구 상에서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일일이 그것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인류가 얼마나 더 오래 지구 상에 존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인류가 지구 상에 없어진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이 지구 상에 남아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지구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모든 것의 주인공이고 모든 것을 나를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인간은 결코 지구의 주인,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잠시 왔다 가는 손님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우리 뜻대로 전부 다 하려는 것, 우리의 생각대로 모든 것을 다 이루려 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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