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역 과정과 삶의 돌이킴

by 지나온 시간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난 라르스 온사거는 노르웨이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25년 당시 유명한 피터 디바이의 전해질 이론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직접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디바이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발견을 이야기한다. 디바이는 이를 보고 온사거가 과학에 재능이 많음을 발견하고 자신이 있던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3년 후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은 온사거를 미래가 촉망받는 젊은 학자라 판단하여 교수로 임용한다. 그곳에서 학부 1학년에게 일반화학을 가르쳤는데, 강의가 너무 엉망이라는 이유로 1년 만에 해고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의 강의가 엉망인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게 가르쳐서 학생들이 이해를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브라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역시 몇 년 후에 강의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학생들이 이해를 전혀 하지 못하니 강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온사거는 통계역학 분야의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이해하기가 어렵고 재미없을지라도 자신의 연구 분야만은 몰입하여 나갔다.


그는 교수 자리는 포기하고 다시 예일 대학교의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고 아직 마치지 못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한다. 당시 온사거는 자신의 박사 논문을 화학과에 제출하였으나 화학과 교수 중에 수학으로 가득한 온사거의 논문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수학과에 문의한 결과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라는 조언에 따라 간신히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예일 대학교에서 교수로 임용되어 계속 연구에 몰두하면서 강의를 하였지만 역시 온사거의 강의를 이해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그의 강의는 너무 어려웠고, 그는 학생들에게 수준을 낮추어서 강의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수준의 강의를 유지하기만 했다. 예일 대학은 온사거가 강의에는 좀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 연구만큼은 뛰어난 재능이 있기에 정교수로 승진을 시키고 계속 예일대학에서 교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온사거의 연구는 통계역학 분야로서 그는 물리와 화학 사이의 경계 분야에 있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하여 적당한 관계식을 만들어 보편적인 자연법칙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192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 과학학회에서 그 발견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또한, 1931년 ‘피지컬 리뷰’라는 물리학 저널에 “비가역 과정의 역학관계”라는 제목으로 두 부분에 발표하였다. 두 논문의 크기가 각각 22쪽과 15쪽을 넘지 않는 간결한 논문이었다.


온사거의 이 논문은 오랫동안 거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그의 역학관계는 물리와 화학뿐만 아니라 생물과 기술 분야의 수많은 응용으로 비가역 열역학이 빠르게 발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논문의 핵심은 비가역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일반적인 과정들이 비가역적이고 그것들 자체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비가역 열역학의 중요성은 명백할 것이다.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의 열전도, 혼합, 혹은 확산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설탕 덩어리를 뜨거운 차에 녹일 때 이 과정은 저절로 일어나며 그 반대 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전 열역학을 이용하여 이와 같은 비가역 과정을 다루는 초기의 시도들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고전 열역학이라는 자체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역학 과정을 다루는 방법에는 적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대신에 정적 상태와 화학평형의 연구에는 완벽한 도구였다. 비가역 열역학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발달되기 시작하였지만, 그 시대의 많은 과학자는 비가역적 열역학에 관한 연구를 포기하였다. 그러던 중에 열역학 제3 법칙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분야의 과학의 기초를 형성하였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자연법칙이다. 제1 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고 제2 법칙과 제3 법칙은 열역학과 통계학을 연결하는 중요한 양적 엔트로피를 정의한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자들의 불규칙한 운동을 연구한 것이 열역학 발달에 결정적이었다.


온사거의 역학관계는 비가역 과정의 열역학 연구를 가능하게 한 진보된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설탕과 차의 경우에 확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에서 흥미로운 것은 설탕과 열의 이동이다. 그 과정들이 동시에 일어날 때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즉 온도 차이는 열의 흐름뿐만 아니라 분자들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는 원인이 된다.


온사거는 흐름을 설명하는 식이 적당한 형태로 쓰여지면 이 식의 계수들 간에 단순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의 연구를 통하여 증명하였다. 이 관계들, 즉 그의 역학관계가 비가역 과정들에 대한 완벽한 이론적 설명을 가능하게 하였다.


온사거는 한 시스템에서 요동의 통계적인 계산과 기계적인 계산으로부터 출발하였는데, 이것이 시간에 대해 대칭인 운동의 단순한 법칙에 기초가 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요동에서 평형으로의 복귀가 앞서 언급한 이동식에 따라 일어난다는 독립된 가정을 만들었다. 그의 수학적 분석과 함께 물리와 화학에 대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개념의 조합으로 현재 온사거의 역학관계라 불리는 상관관계를 얻게 된 것이다.


온사거는 1931년에 쓴 그의 두 편의 논문으로 1968년 화학상을 수상한다. 아마도 논문의 페이지 수로 따지면 노벨상을 받은 연구 내용 중 가장 짧은 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세기 이론화학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자연에는 가역 과정과 비가역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돌고 도는 반복되는 일들도 있지만 한번 일어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있다. 어쩌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온사거가 비가역 과정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에서도 어느 것이 가역 과정이고 어느 것이 비가역 과정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 과정은 한번 일어나는 것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러기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돌이킬 수 없어 후회하는 일이 너무 많아지면 우리의 삶은 아픔으로 가득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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