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등에 업혀

by 지나온 시간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바로 옆집에 친한 친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와 보니 친구네 집 담벼락 옆에 길이는 10m가 넘고 가로 세로로 1m가 더 되는 커다란 직사각형 나무 구조물이 눕혀져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시내에 세워져 있었던 행사 홍보용 대형 나무 구조물이었다. 홍보 기간이 다 지나갔기에 처분하기 전에 임시로 그곳에 놓아둔 것인 듯했다. 친구 아버지가 그러한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친구와 함께 그 구조물 안에 들어가 보았다. 그 구조물의 가운데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고 눕혀져 있었기에 터널 같은 공간이 생겨서 우리가 뛰어놀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이었다. 전에 이러한 것이 없었기에 우리는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그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노니 너무 재미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와 친구는 둘이 신나게 그 안으로 밖으로 다니면서 놀이에 푹 빠져 버렸다.


그런데 그 구조물은 나무로 만든 것이라 구조물 안에서 커다란 못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어서 좀 위험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만 그 놀이가 재미있고 신기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구조물 안으로 밖으로 뛰어놀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 달리는 동안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내 오른쪽 발바닥에 무언가가 쑤욱하고 박히는 것이었다. 순간 내 머리가 쭈뼛 서면서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 것이었다. 직감으로 그 커다란 대형 못이 내 오른발 발바닥에 박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구조물의 바닥에 튀어나온 못을 내가 뛰어가면서 그 못을 밟아 못이 운동화를 뚫고 내 발바닥에 정확히 박혀 버린 것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것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내 친구가 나에게 오더니, 난리를 쳤다. “야 큰일 났다. 네 발 완전히 못에 박혀 버렸어.” 하지만 나는 너무 놀라서 친구의 말에 아무 답변도 못 했던 것 같다. 얼이 완전히 나갔던 것이다.


친구가 내 오른발을 두 손으로 잡더니 “야 내가 잡아당겨 볼께. 얼른 빼야 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응”이라고 대답한 것 같기도 하다. 친구가 잡은 두 손으로 내 오른발을 잡아당겼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다리를 잡아 올렸다. 못에서 내 발이 쑤욱하고 빠지는 느낌이 났고 그러고는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당시 나는 신발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검정 고무신이었고, 하나는 어머니가 학교에 입학했다고 새로 사준 운동화였다. 다행히 그날 내가 신은 신발은 운동화였다. 하지만 그때의 운동화는 지금의 하얀 실내화 같은 운동화였기에 바닥의 고무도 상당히 얇았었다. 그러니 못에 그냥 내 발과 함께 쑥 박혀 버렸던 것이다.


친구가 부축해 주어서 간신히 다리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시고 어머니께서는 기절초풍을 하시는 것이었다. 오른쪽 내 신발을 보니 이미 피가 흥건했다. 양말도 안 신고 맨발이었기에 피는 그냥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도 정신이 좀 나서 내 오른쪽 발바닥을 보았는데 발바닥 가운데에 완전히 작은 구멍이 생겼고 거기서 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급한 대로 빨간 소독약을 발랐고 붕대로 발을 완전히 둘둘 감은 후 손으로 지혈을 하셨다.


당시는 다쳐도 병원이 비싸서 잘 가지도 않던 때라 그렇게 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잠들어 버렸다. 지금 같으면 아마 바로 병원에 가서 못으로 인해 생기는 파상풍 주사 같은 것도 맞고 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걸을 수가 없었다. 학교는 빠질 수도 없고 상황이 난감했다. 어머니께서 나를 업고 학교에 데려다주셨다. 학교까지는 5분 정도 거리였고, 내가 몸무게가 너무 가벼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난 3학년이 끝나갈 때까지 20kg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나를 업고 학교에 가시는 것은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학교가 끝날 때쯤이면 어머니가 오셔서 다시 나를 업고 집으로 데려오셨다. 그렇게 어머니 등에 업혀 3주 정도를 학교에 다녔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느낀 어머니 등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 나무 구조물은 내가 다친 다음 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마다 어머니의 체격이 점점 왜소해짐을 느낀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어머니 몸무게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나를 업어 주셨던 생각이 자꾸 든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어머니가 걷기도 힘들고 다니기도 힘들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어머니를 업고 병원이건 어디건 가려한다. 나를 업어 키웠던 것을 이제 내가 돌려드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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