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토끼는 어디로

by 지나온 시간들


어릴 적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집에 있는 강아지인 메리를 데리고 뒷산에 올라가 한참이나 놀다 오곤 했다. 집에 오면 고양이도 데리고 놀았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에서 놀다 내려오고 있었는데 동네 어느 집에서 키우는 토끼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집에 돌아왔다. 그날 이후 그 토끼가 자꾸 내 눈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갑자기 토끼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께 토끼 좀 키우게 해달라고 졸랐다. 어머니께서는 토끼는 개나 고양이하고 달라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 반대를 하셨다. 나는 실망해서 조금 우울했다.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머니께서 반대를 하시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자꾸 토끼가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밥맛도 없고, 기운도 안 생기고,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평상시와 같이 학교에서 집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는데 대문 옆에 사과 궤적이 있었고 그 궤짝 안에 토끼 두 마리가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내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토끼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있는 거지? 난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불렀고, 어머니께서 나오시면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에휴, 너 기운 빠져서 지내는 거보다 못해서 오늘 장에 가서 사 왔어. 잘 키워 봐. 먹는 거 잘 챙겨주고, 청소 잘하고.”

나는 너무 기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바로 토끼를 끌어 앉고 하루 종일 데리고 놀았다. 하얀 토끼였는데 암컷 한 마리와 수컷 한 마리였다. 사과 궤적이 너무 허술해 보여 집 안에 있는 나무들을 끌어모아 톱과 망치를 가지고 토끼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 다 완성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 날 학교에 다녀와 보니 토끼집이 다 만들어져 있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아마 마무리를 하신 것 같았다. 토끼집이 그럴듯한 게 너무 멋있었다. 토끼 두 마리도 그 안에서 이리저리 잘 놀고 있었다. 집 헛간에 있는 커다란 포대와 낫을 들고 메리와 함께 뒷산에 갔다. 산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의 잎새와 산에 있는 풀들을 낫으로 베어 포대에 꽉꽉 채웠다. 토끼를 맛있는 것으로 먹이고 싶었다. 그렇게 토끼 먹이를 한 포대 가득 만들어서 메리와 함께 다시 집에 돌아와 그 풀들을 토끼들한테 먹였다. 두 마리 모두 하얀 토끼였는데 너무 이쁘고 밥도 맛있는지 정말 잘 먹었다. 한참이나 토끼 먹는 것을 바라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 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맨 먼저 뒷산에 가서 토끼들 먹을 것을 준비해서 토끼에게 먹여주었고, 그 일들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토끼들은 정말 먹성이 좋아 하루에 먹는 풀의 양이 자기 몸뚱이의 몇 배에 해당하는 부피를 먹어치웠다. 그러고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토끼들은 부쩍부쩍 커 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는데 암컷인 토끼가 배가 부르기 시작하더니 새끼를 열 마리 정도를 낳았다. 갓 태어난 조그만 토끼 새끼들은 마치 내가 낳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이 갔다. 그렇게 나는 몇 달을 토끼들과 더불어 천국에 사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리고 어느 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항상 그렇듯이 토끼한테 먼저 가보았다. 학교 갔다 오는 사이 얘네들이 잘 있었는지, 새끼 토끼는 얼마나 컸는지 항상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런데 어미 토끼 두 마리가 토끼집에 없고 새끼들만 있는 것이었다.

‘어, 얘네들이 어디 갔지, 어머니께서 토끼집이 비좁다고 마당에 풀어놓으셨나?’

하고 생각하면서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토끼들을 찾아다녔다. 아무리 찾아도 토끼들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얘네들이 어디를 간 거지?’

한참이나 찾아도 집에 없어서 혹시 옆집에 갔다 싶었다. 당시 우리 집 바로 옆집이 외갓집이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큰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었다. 우리 집을 나서서 외갓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토끼들을 찾으러 왔다 갔다 하니 부엌에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나오셨다.

“할머니, 우리 토끼 혹시 여기 왔어요?”

하고 할머니께 여쭈어봤는데, 할머니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냥 부엌문 앞에 서 계시기만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토끼를 찾으러 외갓집 여기저기를 다녔는데도 토끼들은 없었다. 그러다 외갓집 처마 밑을 보게 되었는데 처마 밑에 좀 이상한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저게 뭐지?’ 하고 이상해서 가까이 가보니, 세상에 그것은 짐승 가죽 같은 것이었다. 갑자기 직관적으로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심장이 벌떡벌떡 거리는 게 숨이 막혀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아닐 거라 생각하며 그쪽으로 가까이 가서 그것을 확인한 순간, 그만 나도 모르게 갑자기 다리가 풀리는 게 그 자리에서 땅바닥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심장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어떤 허망함이 몰려오는데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고, 세상이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울음이 그치지를 않았다. 내 평생에 그렇게 서러워서 운 것은 지금까지 그때만 한 때가 없을 것이다. 내가 울음을 그치지를 못하고 계속 땅바닥에 앉아 펑펑 우니 외갓집 식구는 물론, 집에 계시던 어머니까지 오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 주위로 와서 뭐라 뭐라 했던 것 같은데 기억도 안 난다.

지난 천국 같던 몇 달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한 것 같았다. 주위가 다 깜깜하고 어둡고 빛도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 억지로 나를 일으켜 세우시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그날 저녁밥도 하나도 먹지 못하고 이불속에 숨어서 계속 울었다.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천사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잘 가라는 인사도 못 한 채 나의 사랑스러운 하얀 토끼들은 저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그 토끼들이 기억이 난다. 하얗고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토끼, 만지면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 손을 떼기가 싫었던 토끼. 입을 오물오물하며 내가 뜯어다 준 풀을 맛있게 먹던 토끼. 아직도 내 토끼들은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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