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참혹한 장면은 무수히 나온다. 중세시대 200년간 걸쳐 치러진 십자군 전쟁, 이 전쟁은 종교적 신념이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길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인류의 가장 슬픈 역사 가운데 하나이다. 이 전쟁은 처음에는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되었지만 전쟁을 치러 가면서 잡다한 인간의 탐욕과 어우러져 나중에는 신앙적 광기로 변해 버렸다. 이로 인해 셀 수 없는 젊은이들의 목숨이 하루아침에 이슬같이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 신념이 집단적 광기로 변해 일어난 세계 제2차 대전의 역사는 이보다 더하다. 죄 없는 600만 명의 유대인이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용소에서 비누보다 못한 존재로 목숨을 잃어갔다. 이는 세계의 전쟁으로 이어져 수천만 명이 젊은이들이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신념은 이렇게 무섭다. 수천만 명의 목숨도 한순간에 잡아먹어 버릴 정도로 무지막지하다.
“역사를 그렇게 포악하게 만든 것은 의견 다툼이 아니라 의견에 대한 신앙, 즉 신념의 다툼이다. 자기 신념을 그토록 위대하게 여긴 나머지 온갖 종류의 희생을 치르고 또 명예, 육체, 생명까지도 그 신념을 위해 아끼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이, 만일 자신들이 어떤 정당성을 가지고 그토록 그 신념에 매달리는지,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그 신념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에 제 힘의 절반이라도 바쳤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얼마나 평화로워질 수 있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인식이 주어졌을 것인가. 만약 그랬다면 그 모든 잔혹한 이단자 박해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첫째는 심판관들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심판했더라면 자신들이야말로 절대 진리를 옹호하는 자들이라는 자만에서 벗어났을 것이며, 둘째로 이단자 자신의 교리에 대해서 조사를 했더라면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위대한 신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일개의 생각일 뿐이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광신이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광신은 아무 죄 없는 아녀자를 마녀로 몰아 벌이는 마녀사냥으로 되기에 충분하다. 현재에도 이러한 마녀사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치나 공산주의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자유주의 사회에서도 번연히 나타난다.
신념은 자신을 구속한다. 여기에 무서움이 있다. 그렇기에 광기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절대화하지 않고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인류의 아팠던 학살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