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유행병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페스트는 중세 시대 유럽을 초토화시켰던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웠던 유행병이었다. 유럽 전체 인구의 삼 분의 일이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병에 걸리면 사람이 죽을 때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하며 죽어가기에 흑사병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에서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어느 한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페스트가 약해지면서 사라지는 전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진찰실을 나서다가 계단 한복판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당장에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그 동물을 발로 밀어 치우도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거리에 나서자 문득 쥐가 나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려 수위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렸다.”
페스트의 원인은 페스트균으로 주로 쥐와 같은 설치류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문헌에서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잠복기는 일주일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병은 급속히 진행되어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그 뒤 며칠이 지나자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죽은 쥐들의 수는 날로 늘어만 갔고 수집되는 양도 매일 아침마다 더욱 많아졌다. 나흘째 되는 날부터 쥐들은 떼를 지어서 거리에 나와 죽었다. 집안의 구석진 곳으로부터, 지하실로부터, 지하창고로부터, 수챗구멍으로부터 쥐들은 떼 지어 비틀거리면서 기어 나와 햇빛을 보면 어지러운지 휘청거리고, 제자리에서 돌다가 사람들 곁에 와서 죽어버렸다.”
소설에서는 병이 급속도로 전염되어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사람에게 전염되어 도시 전체가 마비되기에 이른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대유행 병은 항상 있어 왔다. 흑사병은 천연두와 더불어 인류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준 유행병이다. 이러한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 미래에도 예외가 없을 것이다.
“리외는 환자가 윗몸을 침대 밖으로 내민 채, 한 손은 배에 또 한 손은 목덜미에 대고 대단히 힘을 쓰면서 불그스름한 담즙을 오물통에다 게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랫동안 애쓴 끝에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서 수위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체온이 39.5도였고 목에는 멍울이 잡혔으며 팔다리가 붓고 옆구리에 거무스름한 반점 두 개가 퍼져가고 있었다.”
유행병이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그러한 무서운 병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행병 초창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왔다. 새로운 유행병에 대해 인간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유행병이 무서운 것은 인간의 일상이 전체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갈 수가 없다.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정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첫 더위가 매주 700에 가까운 숫자를 기록하는 희생자 수의 급상승과 일치했기 때문에 우리 시는 일종의 절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변두리 지역의 보도가 없는 거리와 테라스가 있는 집들 사이에서도 활기가 눈에 띄게 줄었고, 주민들이 항상 문 앞에 나와서 살던 동네도 문이란 문은 모두 닫히고 덧창들마저 첩첩이 잠겨 있어서 햇빛을 막으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페스트를 막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의 출입문에서 소동이 벌어지면 헌병들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어딘지 어수선한 동요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유행병은 유행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병의 끝은 없다. 새로운 질병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바이러스와 세균이 하루빨리 사라지는 것을 바란다.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세력을 더욱 넓혀야 종을 유지시킬 수가 있고, 인간의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응해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야 살아갈 수가 있다.
“사실, 시내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리외는 그러한 환희가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뻐하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 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불러내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스트가 사라짐으로 인해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페스트가 다시 유행할지도 모른다. 아니, 더 무서운 유행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무서운 것은 너무나 쉽게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종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인간은 그 새로운 종을 예측할 수도 없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을 쉽게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에이즈가 나타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단지 치료제만 있을 뿐이다. 새로이 나타나는 세균에 대해 미리 항생제를 만들어 놓을 수도 없다. 어떤 세균인지를 알아야 항생제를 만들며, 만들어 놔도 세균은 거기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다. 그리고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또 다른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낸다.
인간과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싸움은 영원히 끝날 수가 없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많이 감염되어 죽어야 자신의 생존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방어에 그들은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며 번식하고 종을 유지시킨다. 인간의 패배가 그들에게는 승리일 수밖에 없다. 이 끝날 수 없는 전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