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날들을 위하여

by 지나온 시간들

인생은 유한하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 또한 인생은 한 번뿐이다. 나는 지나온 시절을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은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주인공은 영국 귀족 집안의 집사로 세계 대전 이후 귀족의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전쟁 후의 유럽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인 작가로 2017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방에서 여름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가벼운 미풍을 얼굴에 받으며 서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 앞에 놓인 여행길에 어울리는 기분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도 거기에서 그렇게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분명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경험들에 대한 건강한 기대감이 왈칵 치솟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 스티븐슨은 영국 귀족 집안의 집사로 평생을 어느 귀족 집안을 돌보는 데만 보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는 여행의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나온 시절 동안 한 번도 여행 같은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던 스티븐슨, 그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귀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곳을 보며 자연을 접하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죽을 때까지 우리는 일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의 여유를 우리는 얼마나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마치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그분을 사로잡아 이십 년의 세월을 벗어던지게 만든 듯했다. 우선 최근까지 부친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초췌한 기색이 대부분 사라졌고, 얼마나 젊고 활기차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하시는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달링턴 홀에는 손수레를 끌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다 했을 것이다.”


주인공은 부친의 말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삶은 유한하다. 언젠가 끝나는 날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젊은 시절을 보람되게 보냈던 것일까? 지금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따라서 진정으로 저명한 가문과의 연계야말로 위대함의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명백해지는 것 같다. 자신이 봉사해 온 세월을 돌아보며 나는 위대한 신사에게 내 재능을 바쳤노라고, 그래서 그 신사를 통해 인류에 봉사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위대한 집사가 될 수 있다.”


주인공 스티븐슨의 직업은 한 귀족 집안의 집사였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보낸 시간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의무에 열중하느라 그에게 다가온 사랑을 놓치고 만다. 사랑은 그렇게 어긋났고, 세월은 흘러, 나중에야 그것이 진실된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지나온 많은 시간들을 오직 다른 위를 위해 사는 집사였기에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몰랐다. 그렇게 사랑의 아픔은 그의 삶에 깊은 아픔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남아있는 시간 동안 다시는 그녀를 만나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인연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 다가온 것도, 지나가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시간엔 그것을 돌이킬 수도 없으며 그와 같은 일을 바보처럼 반복하며 살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지금이라는 오늘과 앞으로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는 남아있는 날들이다.


지나온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남아있는 시간은 찬란하기를 희망해 본다.


KakaoTalk_20210602_15444893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과 악의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