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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대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등가원리를 기초하여

by 지나온 시간들

만약 어떤 사람이 아주 높은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유낙하를 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이와 비슷하게 아주 빠른 고속 엘리베이터가 정지했다가 가속적으로 빠르게 내려갈 때 우리는 몸무게가 감소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만약 우리가 아주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몸무게가 증가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단지 우리의 느낌만은 아니며 실제로 저울로 측정을 해보아도 몸무게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공기의 저항 없이 자유낙하를 하는 엘리베이터인 경우에는 우리의 몸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아주 높이 올라간 다음 갑자기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면 그 순간 무중력 상태에 접근할 수 있다. 그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비행기 바닥으로부터 위로 붕 뜨게 된다. 실제로 우주 탐험을 하는 우주인들은 자신들이 지구 밖으로 가기 전에 이러한 무중력 훈련을 여러 차례 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직접 관찰하기 위하여 과학 실험을 할 수 있는 필요한 모든 장치를 갖춘 창문 없는 실험실이 우주선 속에 밀폐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어떤 한 물리학자가 잠을 자고 일어나 자신이 실험실에서 자신의 몸무게가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모든 중력원에서 멀리 떨어져 정지해 있거나, 등속으로 공간을 움직일 때 혹은 그가 어떤 행성을 향하여 자유 낙하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생각한 가설은 그와 같은 물리학자가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지, 중력장에서 자유낙하를 하고 있는지를 밀폐된 실험실에서는 알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완전히 동등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를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라고 불렀다.


이 아이디어는 간단한 것 같지만 커다란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양쪽 절벽에서 바닥이 없는 아래로 동시에 뛰어내리는 한 소년과 소녀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자. 공기 저항을 무시한다면 떨어지는 동안 이들 두 사람은 똑같은 비율로 아래쪽으로 가속을 받고 아무런 외부의 작용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중력이 없을 때처럼 서로를 향하여 똑바로 공을 던지며 주고받으면서 낙하할 수 있다. 공도 이들과 같은 비율로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두 사람을 잇는 직선 위에 있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두 소년과 소녀 사이의 공 받기 게임은 지구 표면에서의 공 받기를 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중력을 느끼며 자란 모든 사람은 일단 공을 던지면 공이 땅에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공 받기를 하려면 상대방이 공을 잡을 때까지 공이 원호를 따라 앞으로 움직이면서 올라갔다가 내려가도록 위쪽 방향으로 조준을 해서 던져야 한다.


이제 자유 낙하하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공을 그들과 함께 떨어지는 아주 큰 상자 안에 고립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자 안에 있는 누구도 어떤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만약 이 소년과 소녀가 공을 놓아 버린다 해도 공은 상자의 밑이나 그 외에 어느 곳으로도 떨어지지 않고, 어떤 운동이 주어졌느냐에 따라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직선으로 움직인다.


지구를 선회하는 우주선을 타고 있는 우주인들은 자유낙하 상자 안에 갇힌 것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을 한다. 궤도를 도는 우주 왕복선은 지구 둘레를 자유 낙하하고 있다. 자유 낙하하는 동안 우주인들은 중력이 없는 세계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물체를 던지면 그것은 일정한 속도로 가로질러 움직이게 된다. 공중에 놓인 물체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우주 왕복선이나 우주인들은 중력에 이끌려 지구 주위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왕복선, 우주인, 물체가 모두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왕복선 안에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우주인들에게는 지구 주위를 낙하하는 것이 모든 중력의 영향 하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에 있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등가 원리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등가 원리가 자연의 기본 성질이며 우주선 내에서 무중력이 아주 먼 우주 공간에 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지구와 같은 행성의 부근에서 자유낙하로 인해 생긴 것인지를 구분하는 실험을 우주인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빛으로 이러한 실험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빛이 직진하는 것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 관찰이다. 모든 중력원에서 멀리 떨어진 빈 공간을 우주 왕복선이 움직인다고 가정해 보자. 우주선의 뒤쪽에서 앞쪽으로 레이저 같은 빛을 보내면 빛은 직선을 따라 그 빛은 전면 벽에 도달한다. 만약 등가 원리가 실제로 우주선에 적용된다면, 지구 주변의 자유낙하에서 수행되는 같은 실험에서도 정확히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우주인들이 우주선의 긴 쪽을 따라 빛을 비춘다고 상상해 보자. 우주 왕복선이 자유낙하를 할 때, 빛이 후면 벽을 떠나 전면 벽에 도달하는 시간 동안 우주선은 조금 낙하한다. 이러는 동안 빛은 직선을 따라가지만, 우주선의 경로가 아래로 구부러진다면, 빛은 출발 때 보다 전면 벽의 더 높은 점을 때려야 한다. 즉 이 경우는 등가 원리를 위배하게 된다. 즉 두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럴 경우 우리는 두 가지 가정 중에서 한 가지를 포기해야만 한다. 등가 원리가 옳지 않거나, 빛이 항상 직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상황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여기서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 같은 실험 가정은 웃기는 것 같아 보여도 아인슈타인은 달랐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만약 빛이 때때로 직선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했던 것이다.


등가 원리가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빛은 우주선에서 출발한 점의 정반대 편에 도달해야 한다. 아이들이 공을 주고받을 때처럼, 빛이 우주선의 지구 선회 궤도에 있다면 우주선과 같이 낙하해야 한다. 그 경로는 공의 경로처럼 아래로 굽게 되며, 빛은 출발했던 지점의 정반대 쪽 벽면을 때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빛은 공과 다르다. 공은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빛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발휘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상한 결과에 대한 물리적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의 중력이 실제로 시간과 공간의 구조를 휘어버렸기 때문에 빛이 휘어져서 왕복선의 전면에 닿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시공간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빛이 빈 공간에서나 자유낙하에서 모두 같으며, 그동안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너무나도 당연했던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이것이 바로 뉴턴의 절대 시공간이 무너지고 상대적인 시공간을 기초로 하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탄생하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아무리 어려운 과학이론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형성되는 기본 바탕은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구체화하느냐 못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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