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력의 인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로켓이 지구 표면에서 아주 빠른 속력으로 발사되어야 한다. 만약 그 속도가 11km/s를 넘지 못하면 그 로켓은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탈출 속도보다 큰 속도로 발사된 물체만이 지구를 떠날 수 있다.
태양의 경우에는 어떨까? 태양의 인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탈출 속력이 약 618km/s가 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1초도 안 걸리는 속도여야 한다. 태양을 압축시켜 지름을 줄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중력적 인력은 질량과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관계된다. 태양이 압축된다면 질량은 같지만 표면의 한 점에서 중심까지의 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별을 압축하면 수축하는 표면에 놓여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은 더욱 강해진다.
태양이 수축해서 지름이 100km 정도 되면 그 중력적 인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탈출 속력이 광속의 절반 정도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태양의 지름을 점점 더 작게 계속해서 압축을 하면 탈출 속력은 광속을 넘어야 가능하게 된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를 의미하는 바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빛도 탈출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즉 이렇게 큰 탈출 속력을 갖는 천체는 빛을 방출할 수도 없으며 그곳에 떨어진 그 어떤 것도 그 별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된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이해한다. 중력이 증가하면 곡률은 더 커지게 된다. 만약 태양의 지름이 약 6km 정도로 줄어들면, 표면에서 수직으로 내보낸 빛만 이탈하게 된다. 다른 방향의 빛은 다시 되돌아가서 태양으로 떨어지게 된다. 만약 태양이 이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면 그 어떤 빛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중력이 빛을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빛은 그 휘어진 경로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중력적으로 붕괴된 별이 바로 블랙홀이다. 아무것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모든 것은 블랙홀에 갇히게 된다.
별의 기하학적 구조는 탈출 속력이 광속과 같아지는 바로 그 순간에 외부 세계와는 단절될 수밖에 없게 되고 이 순간의 별의 크기는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르는 표면으로 결정된다. 이 지평선 아래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건 지평선은 블랙홀의 경계로 별 전체가 그 안으로 붕괴되면 더 이상 작아지지 않는다. 사건 지평선은 그 속에 갇혀 있는 것과 그 외부의 우주를 격리하는 영역이다. 무엇이든지 한번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면 그 안에 갇히게 된다. 지평선의 크기는 그 안에 존재하는 별의 질량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 태양의 질량인 경우 사건 지평선의 반지름은 약 3km 정도로 계산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반지름은 약 6,400km 정도 된다. 만약 우리 지구가 별이라고 가정하고 블랙홀이 되려면 지구의 반지름은 포도 한 알 정도인 반지름 1cm 정도로 현재의 질량과 밀도를 유지한 채 줄어들어야만 가능하다.
우주 공간에 이러한 블랙홀이 정말 존재할 수가 있을까?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리 은하에서 거대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업적에 주어졌다. 블랙홀은 상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과학이 많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