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은 1919년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성장했다. 13세 때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공부했다. 15세 때 집을 떠나 여러 직업을 전전하여 힘들게 살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두 번의 이혼의 아픔을 뒤로한 채 영국 런던으로 가서 정착한다. 이후로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2007년 노벨상 위원회는 "분열된 문명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제시한, 회의론과 활발한 상상력과 상상력의 힘을 지닌 여성 경험의 서사시인에게 이 상을 드립니다."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 <풀잎은 노래한다>는 그녀가 어릴 적 살았던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 사회의 흑백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의 여주인공 메리는 결혼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자 이에 대한 주위의 시선을 버티지 못하고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리처드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메리와 리처드는 결혼은 하였지만 너무나 가난한 현실에 메리는 집을 뛰쳐나온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기 더욱 힘들었기에 메리는 다시 리처드에게 돌아온다. 이때부터 그녀의 내면은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한다.
메리는 성격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면서 이것이 집에서 일하던 흑인 하인에게 향하게 된다. 그녀의 하인에게 대한 학대와 모멸은 한계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하인이지만 그들도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새로 온 하인은 긴장한 나머지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메리는 그 즉시 그를 해고해 버렸다. 집안일은 다시 메리가 할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연히 짜증만 나고 집안일이 하기 싫어졌으며, 그냥 퇴짜를 놓아 버린 멍청이 같은 그 하인이 죽일 놈처럼 여겨졌다. 마치 흑인의 얼굴을 박박 문질러서 피부를 벗겨 내려는 듯, 식탁과 의자와 접시들을 사정없이 문질러 댔다. 분노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리처드 또한 메리와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자 결혼에 대한 회의감을 갖는다. 결국 메리는 새로 온 흑인 하인 모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리처드 또한 아내와의 갈등으로 인해 폐인이 되면서 말라리아에 걸리게 되고 약해진 심신으로 인해 리처드도 사망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그렇게 어이없이 마감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의 삶은 진정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하다. 조그마한 잘못이 별것이 아닌 것 같아도 그러한 잘못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어떻게 삶 전체를 바꾸어 놓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리는 어릴 적 부모들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생활, 부모의 불화로 인한 부모에 대한 경멸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심리적으로 치유받지 못한 채 사랑이 없는 결혼까지 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그녀와 그녀 남편의 삶을 붕괴시켜 버리게 된 것이다. 자신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감정과 화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힘없는 이들에게 폭발시켜 버리면서 극단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삶은 그래서 모든 것이 물리고 물리는 그러한 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