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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을 내릴 수 있는 곳

by 지나온 시간들

<카스트리스 항구에 닻을 내리다>


데릭 월컷

카리트리스 하늘의 별들이 아직 젊었을 때

나는 당신만을 그리고 온 세상을 사랑했습니다.

우리의 생애가 다르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우리의 각기 다른 아이들의 사랑에 의한 짐 때문에?

당신의 젊은 얼굴이 바람에 씻기고

바다소리 속에 낄낄 웃는 당신의 목소리를 생각할 때?


라 톱 갑(岬)에는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졌다.

그러나 '비지' 건너편 요트 계선장의 아크는 불침번을 서고 있다.


나는 유일한 재산인 시를

나의 첫사랑인 당신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왔습니다.


여기에서 하룻밤 지낸 다음

내일 '훌라이트'는 떠날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의 닻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닻을 어디에 내려야 하는 것일까? 닻을 내릴 수 있는 항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 편히 닻을 내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 걱정 없이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받아주는 따스한 그런 곳이 한 군데라도 있다면 삶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오래 머물지 못할지라도, 단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떠나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나의 마음을 편안케 해 줄 수 있는 그러한 곳이 이 넓은 세상에서 어디 한 군데라도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나의 마음을 모두 내려놓은 채, 아무 숨김도 없이 나의 모습을 부끄럼 없이 보여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나는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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