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에는 중요한 성질이 있다. 파장이 다른 파동들끼리 중첩이 일어나면 이 중첩으로 인해 파동이 국소화된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 브로이는 파장이 운동량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드 브로이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드 브로이 방정식은 파장은 플랑크 상수를 운동량으로 나눈 것과 같다는 식이다.
이는 특정 파장에 대해서는 특정한 운동량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파장들을 중첩한 것은 운동량을 중첩한 것과 같다. 이는 수소 원자 속 전자의 단일 운동 상태라는 것은 사실 서로 다른 운동량들을 갖는 서로 다른 상태의 혼합이라 볼 수 있다.
고전 이론에서는 핵을 도는 전자는 매 순간 정확한 에너지와 정확한 운동량을 갖는다. 운동량이 순간순간 변하는 것은 괜찮지만, 운동량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값이라는 것은 고전 역학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대 양자 이론에 따르면 입자나 핵이나 원자의 운동 상태는 다른 상태들의 중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같은 원자에서 측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정 결과가 나올 확률은 여러 운동량이 혼합된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운동량마다 다른 진폭을 가지고 있고, 진폭의 제곱은 그 운동량이 측정될 확률을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중첩이란 전자가 이 운동량이 아니면 저 운동량을 갖고 있을 텐데, 그것 중 어느 것이 모르겠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운동량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전자의 스핀이 동쪽을 향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보통 전자의 스핀은 위 아니면 아래 둘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반대되는 두 방향이라면 상관없다. 전자스핀이 동쪽을 향한다면, 서쪽을 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자의 스핀 방향은 정해져 있다. 전자가 동쪽을 향하는 스핀을 가졌다는 것은, 한정된 상태에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상태는 모든 양자 상태들이 그렇듯이, 다른 상태들의 중첩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입자나 핵이나 원자 또는 어떠한 양자계의 단일한 상태는 동시에 둘 이상의 다른 상태들의 중첩과 같다. 이러한 양자적 혼합에서 부분들이 섞이는 모습은 한데 어울리는 것이라고 표현해야만 한다. 계가 방해받지 않고 측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어울림은 계속된다. 우리가 계를 관찰하는 순간, 혼합 속의 한 요소가 떠오르고, 다른 요소는 사라지는 것이다. 어느 요소가 나타날지는 확률에 따를 뿐이다.
중첩이 공간상으로 떨어진 둘 이상의 계에 일어난 경우를 얽힘이라고 한다.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두 광자의 상태는 얽혀 있다. 중첩된 두 계는 사실 단일 한 계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따진다면 단일 원자의 두 가지 중첩된 상태와 중첩된 두 개의 원자들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동시에 두 방향의 스핀을 가질 수 있는 전자와 같은 계를 큐빗(qubit)이라고 한다. 연산의 기본 단위인 2진법 비트와 유사하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고전적인 비트는 켜지거나 꺼지거나, 0이거나 1이거나 해서 둘 중 하나일 뿐 동시에 두 가지일 수는 없다. 큐빗은 중첩으로 인해 켜지는 것과 꺼지는 것, 0과 1의 혼합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양쪽이 동등한 혼합일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큐빗은 80%는 위, 20%는 아래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말하면 큐빗은 비트보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양자 연산과 양자 컴퓨터라는 분야로 발전하였다.
가족끼리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그들의 삶이 서로 얽혀 있는 것도 이러한 양자적 얽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로 중첩되며 어디까지 얽혀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또한 어떻게 얽히는 것인지도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자연이나 인간의 삶의 원리는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