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핵붕괴의 비밀

by 지나온 시간들

19세기 후반 베크렐은 오랜 연구 끝에 어떤 원소들은 스스로 활성화되어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이러한 방사선은 지속적으로 조금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폭발처럼 방출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방사선 방출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화학 반응에 참가한 단독 원자가 내어놓는 에너지보다 훨씬 컸다. 핵이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를 핵붕괴라고 한다. 핵은 어떤 계획된 과정에 따라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어떤 한순간에 붕괴를 일으킨다. 알파 붕괴나 베타 붕괴를 겪은 핵은 방사선 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헬륨의 원자핵을 알파 입자라고 부르는데 핵이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는 것은 커다란 핵 덩어리에서 작은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온다는 것과 같다. 보통 알파 입자가 떨어져 나오기까지에는 수백만 년, 아니면 수십억 년까지 걸린다. 어떻게 해서 알파 입자는 어미핵 속에서 그토록 오래도록 기다리는 것일까?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와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우드 콘돈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그들에 의하면, 고전 이론으로는 알파 입자가 어미핵에서 튀어나오는 현상을 절대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알파 입자를 붙잡고 있는 강한 핵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시 새로운 물리 이론인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알파 입자는 어미핵을 소위 ‘터널링’ 하여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알파 입자는 아주 작은 확률을 가지고 투과가 불가능한 커다란 장벽을 소위 터널이 있는 것처럼 통과하여 어미핵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감마 붕괴란 들뜬 상태에 있는 원자핵이 에너지가 아주 큰 전자기파인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되는 것을 말한다. 감마 붕괴는 알파 붕괴나 베타 붕괴처럼 핵의 종류나 원자번호, 질량수는 변하지 않는다. (알파 붕괴란 어떤 핵이 헬륨의 원자핵인 알파 입자를 방출하면서 원자번호는 2, 질량수는 4가 줄어드는 핵붕괴이고, 베타 붕괴는 원자핵의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면서 베타 입자라 불리는 전자가 방출되는 핵붕괴이다.


처음에 감마 붕괴가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어떻게 에너지 상태가 더 낮은 상태로 변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으나 감마 붕괴의 정체가 높은 진동수의 전자기 복사 방출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그 비밀이 벗겨질 수 있었다.


원자 내의 대전 된 전자들이 한 양자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뛰면서 빛을 방출하듯이, 핵 속의 대전 된 양성자들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더 높은 진동수로 진동하고 양자 도약의 에너지 규모도 크기 때문에 양성자가 방출하는 빛은 전자가 방출하는 빛보다 진동수가 더 높을 뿐이다. 그 빛이 바로 감마선인 것이다. 즉. 핵의 양자 도약을 통해 생성된 광자는 원자의 양자 도약을 통해 생성되고 방출된 광자보다 에너지가 크고 진동수도 높다.


핵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베타 붕괴 역시 당시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전자가 방출 직전에 어떤 형태로 핵에 붙들려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핵 속에 가두어 둘 수 없다. 전자가 핵 속에 있다면 확실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위치의 불확정성이 작을수록 운동량의 불확정성은 커진다. 따라서 전자는 커다란 운동 에너지를 갖게 되며, 핵 밖으로 튀어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종류의 방사성 핵에서 나오는 전자들은 에너지가 일정하지 않았다. 에너지 평균을 내어 보니 붕괴 과정에서 핵이 잃는 에너지보다 작았다. 에너지 일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거나,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베타 붕괴 전후 스핀에 대한 문제였다. 핵의 스핀을 측정해 보면 핵 속에 1/2 스핀 입자들이 짝수 개 들어 있는지, 홀수 개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1/2 스핀 입자를 홀수 개 지닌 핵이 전자 하나를 방출하면, 뒤에 남아 있는 딸핵은 전자 하나만큼 줄어들었으니 1/2 스핀 입자들을 짝수 개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어미핵의 1/2 스핀 입자 수가 홀수이면 딸핵도 홀수였고, 어미핵이 짝수이면 딸핵도 짝수였다.


이러한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1930년 볼프강 파울리는 스핀이 1/2이고 질량도 작지만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입자가 전자와 함께 방출된다는 가정을 해보았다. 파울리의 주장이 있은 후 1932년 채드윅은 핵 속에 있는 진짜 중성자를 발견하였고,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페르미에 의해 파울리가 제안한 중성미자의 존재도 확실해졌다. 이것이 바로 전자 중성미자이다.


페르미는 방사성 붕괴가 일어날 때 방사성 핵 속에서 전자가 탄생하며 이때 중성미자가 생겨나고 즉시 둘은 핵으로 방출된다고 제안했다. 이로 인해 베일에 싸여 있었던 베타 붕괴의 비밀을 풀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1956년 미지의 입자라 알려진 중성미자가 직접 관찰되었다. 이렇게 핵붕괴의 비밀은 전부 해결되었던 것이다.


KakaoTalk_20211205_14370513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첩과 얽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