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

눈보라는 사방으로 날리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옵니다

추울 줄 알면서도

어제 입던 옷을 입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어옵니다

장갑도 없고

목도리도 없고

귀마개도 없고

그냥 얇은 외투뿐이었습니다

추워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제는 감각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멀리서부터 날아오는 눈송이들은

마치 내 마음을 아는 듯이

거칠고 심란하게 마구잡이로 쏟아집니다

눈보라가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눈보라 속에 서 있고 싶을 뿐입니다.